강화? 유지?… LTV·DTI 어쩌나

입력 2017-06-08 05:02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기로에 섰다. 두 대출심사 규제는 가계부채 급증과 연결된다. 새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흐름을 잡았다. 다만 LTV와 DTI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에 전달되는 충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강화로 되돌릴지, 현재 수준을 유지할지 금융 당국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문재인정부는 LTV·DTI 규제를 놓고 공식적 입장은 없다. 대신 정부 인사들이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억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은 지난 4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종합시스템이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행 제도 내에서 어떻게 조절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LTV·DTI 강화를 시사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 단기적으로 가장 강력한 방법이 DTI 강화다. 다른 새로운 카드가 없다”고 말했다.

2014년 LTV와 DTI를 각각 60%에서 70%로, 50%에서 60%로 완화한 행정지도는 매년 연장돼 왔다. 박근혜정부가 두 규제를 완화한 게 가계부채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지도는 다음 달 다시 일몰을 맞는다. 행정지도 주체인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와 조율을 거쳐 이달 말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일단 금융위는 LTV와 DTI 규제를 2014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데 부정적이다. 풀었던 고삐를 다시 죄면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7일 금감원에 따르면 원 규제 수준인 LTV 60%를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3월 기준 133조6000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새로운 대출심사 기준인 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오는 8월 내놓을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DSR 조기 도입’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 정부가 연일 부동산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LTV·DTI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 등 지역별로 규제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제는 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에만 규제를 강화해 그곳에서만 부동산 가격이 꺾이면 다행이지만 자칫 이런 효과가 지방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봤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