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이 감찰 지시… 중징계는 예정된 수순

입력 2017-06-07 18:10 수정 2017-06-08 00:23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 감찰 결과 7일 면직 권고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왼쪽)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뉴시스

‘돈봉투 만찬’을 주도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중징계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감찰인 데다 특수활동비 전용 논란까지 더해져 법무부·검찰로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합동감찰반은 감찰 결과 발표 전 청와대에 보고를 하고 승인을 받았다. 청와대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검찰의 인적 쇄신과 제도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이영렬만 수사의뢰, 왜?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법무부 감찰위원회 권고대로 면직이 확정되면 앞으로 2년간 변호사 개업이 금지된다. 이 전 지검장은 별도의 수사까지 기다리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7일 법무부가 의뢰한 이 전 지검장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사1부에 배당돼 있던 그의 뇌물·횡령 혐의 고발 사건을 외사부로 재배당해 조사하기로 했다. 이 전 지검장은 검찰 ‘넘버 2’에서 불명예 퇴진하는 데 이어 김영란법 위반으로 입건되는 1호 검사로 기록될 처지가 됐다.

감찰위원회는 이 전 지검장 등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기소한 지 나흘 만에 저녁 술자리를 갖고 돈봉투를 주고받은 건 비위 행위라고 봤다. 특히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각각 현금 100만원과 밥값 9만5000원씩을 제공한 건 비위를 넘어 실정법 위반이라고 결론냈다. 인사·형사사건 감독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과장들에게 제공된 금품을 순수한 격려금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감찰위원회는 그러나 안 전 국장의 경우 ‘부적절하지만 법 위반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검찰국장은 법무부 장관의 위임을 받아 일선 검사 지휘·감독권과 예산 집행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 적용 예외 대상이란 뜻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국장이란 직위의 특수성 때문에 이 전 지검장과 달리 수사를 피한 것”이라고 전했다. 핵심 당사자인 안 전 국장을 추가 수사 절차 없이 징계만으로 마무리한 건 소극적 판단이란 비판도 나왔다.

합동감찰반은 모임의 성격, 금품 제공 경위 등을 종합할 때 만찬에서 오간 돈봉투를 뇌물 또는 횡령한 돈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눈먼 돈’ 특수활동비는?

합동감찰반은 밥값과 돈봉투의 출처가 모두 특수활동비라는 점을 확인했다. 특수활동비 사용 체계와 관행에 대한 전면 검토 및 대대적 개선 작업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이 사용한 돈은 각각 대검과 법무부에 편성된 특수활동비 예산이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법무부에 배정한 특수활동비(284억원)는 일단 전액 대검 측에 넘겨졌다가 이 중 105억원이 법무부에 재분배됐다.

합동감찰반은 특수활동비 관련 구체적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조만간 법무부·대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특수활동비 투명성 재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