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춤으로 전하다

입력 2017-06-09 00:00
한성대에서 기독교 무용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이 ‘기독교 무용과 예배 의식’을 주제로 예배무용을 하고 있다. 이 무용은 박영애 교수가 안무했다. 박영애 교수 제공
박영애 교수가 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7 크리스천 댄스 페스티벌’에 설명한 뒤 활짝 웃고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축제가 말씀과 예술이 함께 하는 무용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눅 23:43)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린 두 강도 중 한 명에게 주님이 하신 말씀이다. 예배 때 이 말씀을 무용으로 표현한다면 어떨까.

설교 대신 예배무용을 보면서 은혜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예배·절기무용 등 기독교 무용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크리스천 무용인들의 축제 ‘2017 크리스천 댄스 페스티벌’이 오는 17일 오전 10시 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 한성대 낙산관에서 열린다.

축제를 주관하는 국제기독교무용협회(CDFK) 회장 박영애(60) 한성대 무용학과 교수는 “크리스천 무용인들이 1년에 한 차례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고백하고, 실제 예배 현장에서 표현할 수 있는 기독교 무용을 배우며 교제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전국에서 150여명의 무용인들이 참석해 공연하고 워크숍을 진행한다. 기독교예술무용·교회무용 부문별로 시상도 한다.

박 교수는 이번 축제에서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 교회 절기에 맞는 성경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예배무용을 소개한다. 누가복음 23장 43절 말씀을 주제로 한 무용도 선보일 예정이다. 라임댄스나 댄스 스포츠에 기독교 음악을 접목해 성도들 간 교제나 친목, 치료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독교 무용도 전한다.

CDFK가 기독교 무용을 알리기 위해 매년 축제를 개최한 지도 올해로 18년째다. 기독교 무용에 대한 인식이 처음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여전히 교회에선 기독교 무용이라고 하면 교회 행사나 찬양율동 시간에 선뵈는 워십댄스, 몸찬양 정도로 생각합니다. 기독교 무용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의 몸으로 영혼을 담아 추는 춤입니다. 몸·마음·뜻·정성을 다해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배의 수단이지요.”

박 교수가 초대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끌어오고 있지만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5년 전 허리통증이 너무 심해 병원에 갔더니 척수농양으로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지경이었어요. 병원에선 하반신 마비가 될 정도라며 당장 학교 강의고 뭐고 일을 중단하라고 하더라고요. 페스티벌을 앞두고 있는데 그럴 수는 없고, 그 행사만이라도 잘 마무리한 뒤 수술을 받겠다고 했지요.”

당시 박 교수는 허리 근육과 척추의 곪은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3개월을 누워 지내야 한다고 했으나 박 교수는 3주 만에 퇴원했다. 지금도 1시간 이상 앉아있는 건 힘들다.

박 교수가 이처럼 기독교 무용을 알리는 데 헌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엡 2:10)

박 교수는 이 말씀을 묵상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선한 일을 분명히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기독교 무용을 통해 풍성한 예배를 경험케 하고 지역주민들을 전도할 수 있는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교회들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교회 안에 음악전도사처럼 무용전도사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구요.”

호주에 본부를 두고 있는 CDFK는 1999년 설립됐다. 무용을 통해 하나님을 전하고 크리스천 무용인들의 연합을 위해 워크숍 세미나 콘퍼런스 등을 실시해 기독교 무용의 실질적 발전을 돕고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