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2억원대 뇌물 혐의 등으로 재판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 기록과 마주했다. 앞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7일 열린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 검찰은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에서 재판 중인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의 공판기록을 제시했다. 이들과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기존 재판 기록을 제시하고, 박 전 대통령 측 반박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 앞 모니터에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의 진술조서가 제시될 때마다 고개를 내밀며 관심을 보였다. 자신의 왼쪽에 앉은 유영하 변호사와 귓속말을 나누며 이따금 미소도 지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에서 문체부 모든 조직원이 청와대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박민관 전 문체부 1차관의 진술이 공개되자 박 전 대통령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야당 인사를 지지한 문화예술인을 2013년 9월부터 3년간 정부 차원에서 명단을 만들고, 정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사건이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비서실장, 조 전 정무수석 등을 구속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과 공모해 지시를 내린 혐의로 지난 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별도 기소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본격적인 반박 의견은 8일 공판에서 제시하기로 했다. 다만 유 변호사는 “특검이 법정 증인으로 나왔던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위증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며 “특검에 불리한 진술을 한다고 전부 위증으로 몰고 가면 과연 누가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모든 공무원이 블랙리스트 관련 부당한 지시를 받았고 그게 잘못됐다고 하는데, 저도 공무원을 해 봤지만 저 같으면 구질구질한 소리 안 하고 사표를 내고 나왔을 것”이라고도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블랙리스트 재판 기록 마주한 朴… ‘지시’ 여부 공방
입력 2017-06-07 18:13 수정 2017-06-07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