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일본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 메트라이프돔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즈(퍼시픽리그)와의 인터리그 원정 경기. 6회말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세이부 나카무라 다케야의 홈런으로 0-3으로 점수가 벌어지자 관중석에 앉아 있던 요미우리 팬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사적인 팀의 연패를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팬들이 미리 경기장을 떠난 것이다.
일본 국민의 절반이 팬이고 일본시리즈 22회 우승에 빛나는 최고 야구명문 요미우리가 창단 83년만에 최다인 12연패에 빠졌다.
요미우리는 이날 세이부 라이온즈에 0대 3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요미우리는 지난달 25일 한신 타이거스전(1대 6 패)부터 12경기를 내리 졌다. 요미우리가 12연패에 빠진 것은 1934년 팀이 창단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이 올해 요미우리가 우승을 위해 어느 때보다 돈보따리를 많이 풀었던만큼 일본 야구팬들은 요미우리의 끝간데 모르는 부진에 충격을 받고 있다.
이날 현재 요미우리는 23승 32패로 센트럴리그 5위인데 꼴찌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2.5게임차에 불과해 이 추세대로라면 최하위 추락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요미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타격이다. 센트럴리그 6개팀 중 팀타율은 꼴찌(0.236)이고 홈런(32개)과 타점(168점)은 5위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고 투수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다. 피홈런은 48개로 가장 많다. 투타에서 총체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요미우리 부진의 핵으로 신인 선수 육성 소홀을 꼽고 있다. 7일 닛칸 스포츠 등에 따르면 요미우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망주를 제대로 뽑지도 못하고 뽑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시스템도 허술하다. 선수보는 안목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센트럴리그 1위를 질주 중인 히로시마 도요카프가 매년 노무라 유스케, 이마무라 다케루, 기쿠치 료스케 등 우수한 신인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과 대비된다.
부자구단 특유의 돈질도 한계에 봉착했다. 요미우리는 센트럴리그 2년 연속 2위에 머문 지난 시즌 이후 우승을 위해 처음으로 외야수 요 다이칸, 선발투수 야마구치 슌, 좌완 셋업맨 모리후쿠 하마시코 등 자유계약선수(FA)를 3명이나 영입했다. 이들 영입에만 21억엔(약 220억원)의 거액을 썼다. 그러나 야마구치와 요 다이칸은 부상 등으로 시즌 초부터 전력에서 이탈했고 모리후쿠는 1승 3패 3홀드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나타냈다.
프렌차이즈 스타 출신 다카하시 요시노부 요미우리 감독의 리더십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매년 ‘우승’을 목표로 하는 요미우리 구단의 입김에 다카하시 감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팀에 필요한 ‘리빌딩’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주저앉는 거인… 창단 83년만에 12연패
입력 2017-06-07 21:15 수정 2017-06-08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