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고개숙인 강경화 “부동산 투기는 안했다”

입력 2017-06-08 05:00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외교부 직원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강 후보자는 딸 위장전입은 공식 사과했으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김지훈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7일 경남 거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토지 매입은) 남편이 은퇴생활을 유익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후보자는 자녀의 위장전입 등 신상 관련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도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의혹은 적극 반박했다. 북핵 문제와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강 후보자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저와 제 가족의 사려 깊지 못한 처사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장녀의 위장전입에도 판단 부족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청문회가 시작되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두 딸 명의로 된 거제 땅의 공시지가가 3년 사이 73배나 뛰었다는 지적에 강 후보자는 “남편의 결정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남편은 거제도로 완전히 주민등록을 옮기고 임야를 사서 나무를 심으려고 한 것으로 안다”며 “모든 부분에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일을 진행했다”고 했다.

강 후보자는 2004년 서울 봉천동 주택 3채의 매매가를 실거래가보다 낮게 신고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도 해명했다. 그는 “당시 저는 뉴욕의 한국대표부에서 일했다”며 “어머니가 살고 계신 연립주택을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제 이름을 대표자에 올려 매도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매대금은 시공자가 매수자에게 직접 받아간 것이라 어머니도, 저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들은 강 후보자의 부동산 거래, 자녀의 출입국 기록 등에 관한 자료 제출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자료 제출 전 회의를 속개하는 문제를 두고 윤영석 한국당 의원과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강 후보자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적극 피력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외교부의 당면 현안으로 꼽으며 “임명받는 즉시 미국 방문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북특사 파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성공단 재개에는 “북한 비핵화 진전과 국제사회의 대북 기조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자는 사드(THAAD) 배치에 대해 “우리 안보를 위한 결정이었다”면서도 “국내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과의 인식 차이를 언급하며 취임 후 중국에 고위 대표단 파견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청문회장에 나눔의 집(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에서 받은 소녀 형상의 배지를 달고 나온 강 후보자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인권유린 상황에서 핵심은 피해자 중심의 법적 책임과 배상”이라며 “이 부분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한·일) 합의서는 불충분했다”고 지적했다. 합의서 내용 중 ‘불가역적·최종적 합의’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군사적 합의에서나 나올 수 있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 해법으로 “피해자 중심 관점에서 지혜를 모아 일본과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