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 없는 테니스 선수 헌트 “언젠가 메이저 대회 꼭 출전”

입력 2017-06-08 05:02
알렉스 헌트 페이스북

뉴질랜드의 테니스 선수 알렉스 헌트(24·사진)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팔이 없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인공 팔인 의수(義手)를 끼고 다녔다. 뉴질랜드에선 많은 사람이 테니스를 하기에 헌트도 세 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테니스와 가까워졌다. 서브를 할 때는 의수로 공을 하늘로 던져 오른손에 있는 라켓으로 때렸다. 백핸드 샷을 대부분 양손으로 하지만 헌트는 한쪽 팔만 사용해 자연스럽게 공의 힘이 떨어졌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을 이기면서 테니스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결국 헌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세인트메리 대학에 테니스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대학을 다니며 헌트는 다짐한 게 있었다. 바로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가 돼 자신과 비슷한 장애를 가진 선수들에게 꿈을 주겠다는 것이다.

대학 입학 후 헌트는 지역 주니어 토너먼트에 참여했다. 테니스대회를 다니는 비용도 스스로 마련했다. 2년 전에는 한 자선단체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려 기부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홈페이지에 “나를 통해 많은 장애인들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면 모든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헌트는 지난해부터 성인 무대 입문 단계인 남자프로테니스(ATP) 퓨처스 대회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퓨처스 대회에 처음 출전한 헌트는 올해 2월 인도네시아 퓨처스 1차 대회 예선 1회전에서 처음으로 한 세트를 따냈다. 그리고 5일(한국시간)부터 태국에서 열린 ATP 태국 퓨처스 1차 대회에 초청선수로 처음 본선에 출전했다. 하지만 1회전에서 위샤야 트롱차로엔차이쿨(674위·태국)에게 0대 2(1-6 2-6)로 져 탈락했다.

그래도 헌트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7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나도 언젠가는 메이저 대회에 나가고 싶은 꿈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헌트는 다음 주 열리는 태국 퓨처스 2차 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