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명령이다, 화재진압 부상 대원 신혼여행 보내라” 용산소방서장 “적극적으로 검토” 눈물

입력 2017-06-07 18:09 수정 2017-06-08 00:21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구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소방대원들에게 직접 커피를 따라 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 중 소방인력 확충을 약속했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나라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소방관은 국가 그 자체다.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이 직접 일선 소방 현장을 찾아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몸소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7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에서 소방관이 ‘눈물 흘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방대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인력 부족에 대한 소방대원들의 고충을 들은 문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법적 기준에 비해 부족한 1만9000명 이상을 확충하겠다는 것을 약속한다”며 “당장 올해부터 실행을 위해 추경안을 제출했다. 소방관 1500명 증원계획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소방관들은 박수로 답했다.

일자리 추경의 당위성도 설파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인력 확충은 당연한 일인데, 국민들 사이에서 자꾸 작은 정부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공무원 인력을 늘리는 데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며 “행정 공무원은 몰라도 일선에서 생명·안전·보건을 지키는 공무원만큼은 우선적으로 늘려야 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지난 3월 용산 다가구주택 화재현장 구조에 나섰던 최길수(36) 김성수(43) 대원 등이 참석했다. 결혼 한 달여 전 진압 과정에서 척추에 부상을 입은 최 대원은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병가를 내고 쉬려고 해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후배들이 모아준 돈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은 건 잘한 것이지만 신혼여행을 안 간 건 잘못한 일”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명령인데, 적절한 시기에 신혼여행을 갈 수 있도록 서장님이 휴가를 내주시라”고 말했다.

최송섭 용산소방서장은 “명,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병원에 입원한 대원들을 찾아가면 가슴 아픈 사연이 많다. 강인한 소방관이지만 때에 따라 눈물도 있다”며 “모든 게 주마등처럼 지나가다보니 자제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글귀를 남겨 달라는 소방서 측의 즉석 제안에 ‘당신들이 국가입니다’라는 문구를 썼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방청 독립 및 소방관 처우 개선을 통해 ‘소방관이 눈물 흘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단호한 공약 이행 의지를 천명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