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늪서 허우적… 총장 못뽑는 신학대들

입력 2017-06-08 00:00
감신대 학생비상대책위원회 천막이 7일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 100주년기념관 앞에 설치돼있다. 학생들은 지난 1년 간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총장 선출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이사장실을 점거해 농성 중이다. 신현가 인턴기자

총장 선출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감리교신학대와 한신대가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로드맵을 확정했다. 학교를 넘어 교단 차원으로까지 확대된 갈등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감신대, 돌파구 마련될까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 감신대 100주년기념관 앞, 감신대 학생비상대책위가 세운 천막이 비를 맞고 있었다. 기념관 건물 2층 법인처 이사장실 문 앞에는 이사장의 퇴진과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학생들은 현재 이사장실을 점거해 농성 중이다.

감신대 법인이사회(이사장직무대행 이규학 목사)는 지난 2일 회의를 열고 한 달 내에 총장을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1년 넘게 총장을 선출하지 못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가 한 달이라는 마감 시간을 제시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의 총장 선출 안도 모두 폐기키로 했다. 총장 후보 3인과 A교수 등 4명의 교수를 모두 후보에 제외하고 지원자를 새로 받아 선출키로 했다. 4명의 후보자를 제외한 건 이사회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당시 이사회에서 총장 선출을 위해 6차례 투표를 실시했으나 어느 후보도 과반인 10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 이사회는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다.

감신대 안팎에서는 이사회의 행보를 일단 청신호로 보고 있다. 이사회가 자정 능력을 회복해 조속히 총장을 선출하고 학교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서는 이사들의 입장차가 크고 해법도 제각각이어서 과연 한 달 안에 총장 선출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사들의 임기가 오는 8월 만료되는 만큼 일단 뽑고 보자는 식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감신대 학생비상대책위는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촉박한 기간에 신임 총장을 뽑기보다는 늦더라도 학내 구성원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신대, 이사회-교단·학생 간 불신

학교법인 한신학원(이사장 이극래 목사)은 오는 23일이 ‘운명의 날’이다. 총장 선출 안건을 다루는 한신학원 이사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강성영 강원돈 연규홍 교수 등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15개월째 현재진행형인 한신대 총장 선출 파행 사태의 중심엔 이사회와 교단, 이사회와 학생들 간 불신의 늪이 존재한다. 총장 선출에 대한 한신대 총학생회 등의 요구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총장 직선제 도입에 가까운데, 직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이 같은 요구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총장실 점거와 법적 소송까지 이어졌다.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내부에서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라’ ‘총장후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극래 이사장은 7일 “총장선임 권한은 이사회에 있으며 선임 절차는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일축했다.

신상목 박재찬 이현우 기자 jeep@kmib.co.kr, 사진= 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