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은행 ‘銀産분리’ 원칙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입력 2017-06-08 05:01
국책연구기관에서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법에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화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조항이 마련돼 있는 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착을 위해 규제의 고삐를 느슨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법제연구원 서승환 부연구위원은 7일 ‘인터넷전문은행 및 규제에 관한 이해-은산분리 규제의 혁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기관이다.

서 위원은 국내 은산분리 규제가 선진국에 비해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은행법(제16조2)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10%(의결권 4%)로 제한한다. 반면 일본은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의 5% 이상을 소유한 자는 5일 이내에 금융청장에게 보고하고 20% 이상 소유하는 경우엔 금융청장의 사전 인가를 받으면 된다. 독일과 영국도 산업자본이 일정 지분 이상 보유하면 감독 당국에 서면 보고하는 방식으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또 현행법에 규제 완화를 막을 장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보고서는 “은산분리 규제의 가장 핵심적인 논거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자칫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부분”이라며 “현행 은행법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이미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법 제35조의2(은행의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등) 이하 조항과 제48조의2(대주주 등에 대한 검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조항은 은행 자금을 대주주에게 공여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이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선 규제의 단계적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 위원은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은행과 구분해 은산분리 원칙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소한 일본의 입법례와 마찬가지로 법률 개정을 통해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지분의 한도를 높이되,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5일부터 직원들이 참여해 실제 은행 거래를 하는 최종 운영점검을 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추가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 업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