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봉투 만찬’ 징계… 검찰 특권 내려놓는 계기 돼야

입력 2017-06-07 18:28
‘돈봉투 만찬’ 사건이 결국 현직 검찰 고위 간부의 수사로 이어졌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 차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현 대구고검 차장)의 면직을 권고했다.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인 이금로 차관은 감찰위원회 결정에 따라 법무부 고위 간부들에게 규정된 한도를 넘는 식사와 돈봉투를 건넨 이 전 서울지검장의 수사를 대검찰청에 의뢰했다.

사실 많은 사람이 감찰위원회가 심의한 합동감찰반 감찰 결과의 수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한 사안인데다 이번에도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결론을 내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 있어서였다. 그렇다고 해도 불과 3주일 전에는 ‘검찰 빅4’였던 이 전 서울지검장의 범죄 혐의를 검찰 스스로 확인해 수사키로 했다는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청산 대상 적폐 1호라고까지 불리던 검찰의 환부를 도려내는 개혁 작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서울지검장과 안 전 검찰국장 징계 수위에는 이견이 많다.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해임보다 가벼운 면직 처분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횡령이나 뇌물 혐의가 아닌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재수사와는 분명한 선을 긋겠다는 뜻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반면 해프닝에 불과한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바뀐 정권의 의도에 충실히 따른 감찰 결과는 또 다른 청와대 눈치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법 위반 여부는 수사·기소 이후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이 전 서울지검장과 안 전 검찰국장을 비롯한 만찬 참석자들이 징계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면 법이 보장한 절차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다.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이고 오만한 권력기관으로 위상이 추락한 검찰을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봉사하는 조직으로 바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 개혁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선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 물론 견제장치를 만들어 권력남용을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를 바꾼다고 개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검찰처럼 배타적이고 결속력이 강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검찰은 권력과의 유착, 권위적인 조직문화, 엘리트주의, 특권의식 등 구시대적 행태를 스스로 돌아보고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내부에서도 개혁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소나기 내리니 잠시 피하자며 웅크리고 있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개혁이 최우선 과제가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