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사는 고모(52·여)씨는 지난해 4월 22일 위암 말기였던 어머니(당시 85세)의 임종을 집에서 했다. 몇 개월 전 말기 판정을 받고서 ‘병원이 무섭다’며 한사코 집에 가자던 어머니였다. 가족들도 뜻을 받아들여 아버지와 40년을 함께 산 집으로 모셨다.
통증 완화와 욕창 관리 등 말기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와 간호는 서울성모병원 가정호스피스팀의 도움을 받았다. 호스피스 전문간호사 2∼3명이 번갈아 주 2회씩 방문해 환자 상태를 살폈다. 의료적 판단이 필요할 땐 호스피스 전담 의사가 직접 찾아왔다. 자원봉사자도 함께 와서 어머니의 굳어가는 팔다리를 마사지하고 목욕도 시켜줬다.
고씨는 “처음엔 집에서 어떻게 보살필지 걱정이 많이 됐지만 입원 때와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고마웠다”고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서비스 비용은 5%만 부담했다. 고씨의 모친은 지난해 3월부터 1년여간 시행해 온 말기 암 환자 대상 가정호스피스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혜택을 받았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가정호스피스 시범사업의 서비스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90점 가깝게 나와 입원형 호스피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심평원은 지난해 10월 24일∼11월 14일 입원형과 가정형 호스피스 이용자 234명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만족도와 통증·증상 관리, 정서적 지지, 상담, 임종 관리 서비스 등을 평가했다. 가정호스피스는 100점 만점에 89.24점으로 입원형 호스피스(90.47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가정호스피스 시범사업 이용자는 1200여명에 달했다.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일명 웰다잉법)이 시행되는 8월부터 가정호스피스 제공 의료기관을 지역별로 크게 늘려 2차 시범사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현재 21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대상 질환도 넓혀 기존 말기암뿐 아니라 에이즈와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도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는 가정호스피스 수요가 많은 포항 부산 전남 전북 등은 서비스 기관이 한 곳씩밖에 없고 제주나 강원은 단 한 곳도 없는 등 지역별 편차가 크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8월부터는 자문형 호스피스 건강보험 첫 시범사업도 시작한다(국민일보 1월 13일자 사회면 참조). 호스피스 전담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종교인 등 영적 상담자 포함)가 한 팀을 이뤄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일반 병동에 입원 중인 말기 환자를 직접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이달 15∼16일쯤 의료기관 설명회를 열고 공모 절차를 통해 참여 기관 20곳가량을 선정할 방침이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단독] ‘가정 호스피스’ 만족도 90점 육박… 이별도 행복하다
입력 2017-06-07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