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FC는 안종복 사장 시절(2013년 1월∼2014년 12월) 만신창이가 됐다. 안 전 사장은 외국인 선수들과 계약하면서 몸값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1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안 전 사장은 7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4 시즌이 끝난 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된 경남은 해체 위기를 맞았다. 간신히 해체 사태를 모면한 경남은 2015 시즌 챌린지 11개 팀 중 9위에 그쳤다. 2015년 12월엔 안 전 사장의 심판 매수 혐의로 2016 시즌 승점 10점 감점과 제재금 7000만원의 징계를 받아 또 크게 흔들렸다. 결국 2016 시즌 8위에 머물렀다. 이랬던 경남이 이번 시즌 압도적인 1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경남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남은 2015년 12월 김종부 감독을 영입하며 환골탈태에 나섰다. 김종부 체제에서 안정을 찾은 경남은 7일 현재 12승3무(승점 39)로 챌린지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부산 아이파크(승점 31)와의 승점 차는 8점이나 된다. 이번 시즌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경남은 대전 시티즌이 가지고 있던 챌린지 시즌 최다 연속 무패 기록(14경기)도 넘어섰다.
경남의 돌풍 원동력은 김 감독의 리더십이다. 그는 ‘비운의 스타’로 기억된다.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현 U-20 월드컵) 4강 주역인 그는 차범근의 뒤를 이를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86년 대우와 현대에서 그를 동시에 영입하려고 경쟁하면서 벌어진 스카우트 파동으로 2년 가까이 축구를 하지 못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88년 포항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를 밟았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30세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
김 감독은 1997년 거제고를 맡으며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13년 화성 FC 감독으로 취임한 뒤 2014 시즌 화성의 K3 리그 우승을 이끌며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경남은 열악한 재정에도 좋은 성적을 거둬 다른 시·도민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7일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경남은 지난해 선수단 연봉으로 약 20억원을 썼다. 챌린지 리그 11개팀 중 7위에 불과하다. 경남은 한정된 예산 때문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공격 트리오(크리스찬-이호석-송수영)를 팔아야 했다.
김 감독은 공격 공백을 메우기 위해 브라질 출신의 말컹을 영입했다. 196㎝의 장신인 말컹은 몸싸움에 능하고 스피드가 빠르다. 또 발재주도 좋다. 김 감독은 동계훈련 때 말컹의 기량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말컹은 현재 11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말컹 등 몇몇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송선호 안산 무궁화 감독은 “경남은 개인 능력이 좋지만 그보다는 조직력이 돋보인다”며 “수비 축구를 하지 않으면서도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매 경기 골을 넣고 있는 경남은 최다 득점(27골)을 기록 중이다. 수비 조직력도 탄탄해 최소 실점 1위(9골)에 무실점 경기는 8경기나 된다. 공수 조화가 완벽한 팀이 됐다. 당초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잡았던 경남은 이제 우승을 노리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종부 매직… 경남, 3시즌 만에 1부 꿈
입력 2017-06-07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