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러 직격탄 맞은 메이… 英 보수당 ‘과반 붕괴’ 전망까지

입력 2017-06-07 05:03
8일(현지시간) 실시되는 영국의 조기 총선이 최근 테러 이후 정국 불안과 막판 표심 변화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2∼5일 여론조사 기관들이 공개한 결과를 보면 집권 보수당이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칫 기존 과반 의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사업체 유고브는 보수당이 305석, 노동당이 268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당은 현재 하원 전체 의석(650석)에서 330석을 점유하고 있다.

보수당과 노동당 지지율 격차도 1% 포인트에서 12% 포인트까지 천차만별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젊은 유권자층과 부동층의 예상투표율을 반영하는 방식에 따라 편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11% 포인트 격차를 예측한 조사업체 ICM은 노동당의 지지율이 오른 배경에 개혁 성향 젊은 유권자들의 ‘허수’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ICM 조사에 응한 18∼24세 응답자 중 82%가 투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18∼24세 유권자의 실제 투표율은 각각 38.2%와 51.8%에 그친 바 있다. 결국 노동당 지지자들이 많은 젊은층의 투표율이 이번 조기 총선 결과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잇따라 발생한 연쇄 테러가 보수당의 과반 수성에 최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보수당 소속 테리사 메이 총리가 지난 3개월간 세 차례 발생한 테러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코빈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무장관으로 재임(2010∼2016년)하면서 경찰 인력 감축을 주도했고 지금은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메이)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도 치안 부문에까지 전방위적 긴축 기조를 밀어붙인 보수당 정권과 메이 총리를 겨냥해 “돈을 적게 들이고 국민을 보호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메이 총리는 “나는 테러에 대응하는 경찰에 추가적인 권한들을 부여해 왔다”면서 “코빈 대표는 이런 권한들에 반대해 온 것을 자랑으로 여겨왔다”고 반박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앞두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진 메이 총리는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의 의석수를 크게 늘리지 못한다면 국내 정치는 물론 브렉시트 협상에서의 입지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글=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