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 ‘뻐끔’… 80만원 물게 돼도 피울까

입력 2017-06-07 05:01

서울 관악구 지하철 사당역 6번 출구 앞 수변공원에는 금연구역이라는 현수막이 대문짝만 하게 걸려 있다. 하지만 휴일인 6일에도 관악산을 오르기 위해 모여든 등산객들은 금연구역 현수막 아래서 태연하게 담배를 피웠다. 서울에서도 가장 붐비는 지하철역 중 하나인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이 담배연기에 얼굴을 찡그렸지만 대부분 등산객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단속하는 이도 보이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가 금연구역으로 정한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단속도 드물지만 과태료가 솜방망이 수준이라 실효성이 없다. 홍콩은 과태료가 최대 5000홍콩달러(약 72만원), 싱가포르는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1000싱가포르달러(약 81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낮은 과태료도 문제지만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것도 문제다. 길을 걸으며 흡연하는 경우 지자체가 금연거리로 지정한 구역이 아니면 단속이 쉽지 않다. 금연거리라도 바로 옆길로 다니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일본에서는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 자체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지역에 따라 과태료는 2000엔(약 2만원)에서 2만엔(약 20만원)까지 다양하다.

여러 가구가 함께 생활하는 공동주택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금연아파트를 지정하고 있지만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나 지하주차장 등에서만 금연이다. 집 안에서 흡연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다. 호주에서는 주별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이웃의 항의를 무시하고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1100호주달러(약 92만원)를 부과할 수 있다. 1년 이내에 또 담배를 피우다 고발을 당하면 2200호주달러(약 184만원)를 내야 한다.

독일에서는 올 1월 베를린 법원이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워 이웃에게 고소당한 여성에게 금연 시간을 정해주는 등 금연을 효율적으로 강제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법원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고, 이를 어기면 벌금 25만 유로(3억1476만원) 또는 징역 6개월을 받게 될 것”이라고 판결했다.

금연구역을 해외처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코틀랜드는 지난해 12월부터 18세 이하의 청소년과 함께 탄 차량에서 흡연을 하면 과태료 100파운드(14만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이보다 한 해 앞서 50파운드(7만원)를 과태료로 내게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실내 금연을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현재는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금연구역을 새로 지정할 때마다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야 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모된다”며 “법을 포괄적으로 적용해 공동주택 등 모든 실내에서 금연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