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1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독일 국적의 요하네스 타머 총괄사장과 폭스바겐 국내법인 전·현직 사장 등 8명을 기소했다. 정부는 배기가스 장치를 불법 조작한 폭스바겐 차량 20만9000대에 대해 2015년 11월 이후 인증 취소·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한국 정부와 사법 당국은 최근 몇 년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대대적인 철퇴를 가했다. 근본적으로 배출가스 조작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18단독 배은창 판사는 한 시민단체와 시민 김모씨 등 44명이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정신적 충격을 입고 건강권을 침해받았다”며 폭스바겐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서는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김씨 등은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터진 2015년 11월 “폭스바겐이 수입·판매한 디젤차량 중 일부가 배출가스 인증시험보다 10∼40배 많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했다”며 1인당 30만원씩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폭스바겐을 사지 않았지만 배출가스 조작 차가 국내에서 팔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생겼고, 소비자의 선택권과 환경권 등이 침해당했다는 이유였다.
배 판사는 “단순히 폭스바겐 디젤차량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돼 환경이 오염된다는 점만으로는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시민의 건강 등 이익을 침해하고 그 피해가 일반적인 한도를 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왜 이처럼 정부 당국이 취하는 형사상 조치와는 달리 판결했을까.
배 판사는 “폭스바겐에서 수입 판매한 차량이 원고들의 생명과 건강, 기타 생활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김씨 등이 법정에 낸 자료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사소송에서 일컫는 ‘원고의 입증 책임’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소유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제기한 소송”이라며 “원고 측 입증이 미흡했을 뿐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대한 폭스바겐 측 배상 책임이 무조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이가현 양민철 기자
hyun@kmib.co.kr
[판결 인사이드] ‘배출가스 조작’ 난리였는데… “건강권 침해” 손배訴 패소
입력 2017-06-07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