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인사(人事) 난항에 시달리고 있다.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수석비서관급 인사의 사퇴가 이어지고, 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가 어려움을 겪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인사 난맥상은 우선 첫 단추를 잘못 끼운데 있다. 세금 탈루, 위장전입, 병역 면탈 등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작업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정부 초기부터 민정수석실은 ‘돈봉투 만찬’에서 시작된 검찰 개혁과 사드(THAAD)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조사를 진행했다. 비서관·행정관 인사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부하가 걸리며 검증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인사검증 실무를 맡은 공직기강비서관 인선은 대통령 취임 8일 만에 이뤄졌다. 새롭게 임명된 비서관실의 행정관들은 일을 익히고 있는 단계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검증 때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해외에 체류했던 데다 여성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검증이 덜 된 채 인선이 서둘러 이뤄졌다”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생략되면서 민정수석실 내 인사검증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처음 박근혜정부 인사들과 함께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며 “시스템 미비에 따른 부진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취임 한 달 가까이 된 지난 주말에서야 전체 96%의 청와대 인사가 완료됐다.
문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함께하는 개혁 성향 인사를 배척하는 게 어려운 점도 한 원인이다. 강경화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위장전입 사실을 조사해 보고했으나 인사 발표는 그대로 이뤄졌다. 강 후보자의 경우 위장전입 사실을 선(先) 공개했고, 김 후보자의 경우는 현실적 문제에 따른 것인 만큼 비난의 소지가 적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발표했던 공직배제 5대 원칙 또한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한 사안인 만큼 새로운 검증 분야는 아니다.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5대 원칙은 과거부터 있었던 기준이었고, 그보다 더 중요한 원칙들도 있다”며 “그렇게 타이트한 기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인사의 딜레마를 돌파하려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인사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천과 검증이 양립하며 이뤄지는 것이 인사인데, 그간 민정수석실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 시스템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다. 추천과 검증이 양립돼야 한다”며 “현 청와대는 검증이 기초적인 수준으로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성 김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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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 檢·軍개혁에 힘 소진… 靑 ‘인사 암초’
입력 2017-06-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