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다나오 섬의 한 무슬림이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세력에 의해 살해될 위기에 처한 크리스천들의 목숨을 구했다.
미국의 가톨릭 매체인 ‘처치 밀리턴트’ 등 외신은 민다나오 섬의 마라위 시에 사는 무슬림 누어 룩만(사진)이 지난달 22일 무장반군 마우테가 정부군의 공격에 맞서 도시 곳곳에서 살인과 납치를 저지를 때 이웃 크리스천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마우테는 2015년 IS에 충성을 맹세했다.
룩만은 마라위 시에서 탈출한 후 “크리스천들이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그들을 도와줄 책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천들은 내 집으로 몸을 숨겼다. 64명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려 있었다. 나는 그들이 무사하길 바랐다”며 “반군들에게 죽는 한이 있어도 그들을 지키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룩만은 “반군들이 집으로 찾아왔지만 내가 무슬림인 것을 보고 떠났다”면서 “그들은 내가 크리스천들을 숨기고 있는 줄은 몰랐다. 만약 그들이 알았다면 모두 죽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뒤 군에 구조된 한 소녀도 “집 안에 크리스천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들이 모두 죽였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마우테는 지난달 22일 마라위 시의 가톨릭교회를 공격해 예수상을 부수고 불을 지른 뒤 신부와 수녀 등 15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3일 이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후 마우테를 쫓아내기 위해 군대를 보냈다.
정부군과 마우테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마라위 시민들은 대부분 탈출했으나 일부는 내부에 고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라위 시에서는 지금까지 18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240여명이 인질로 잡혀갔다. 민다나오 섬은 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며 약 20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구자창 이현우 기자 critic@kmib.co.kr
참수 위기 크리스천 64명 구해낸 필리핀 무슬림
입력 2017-06-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