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추경 1014억 그쳐… 예산 달려 올해사업 내년으로

입력 2017-06-07 05:03

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의 총액은 11조2000억원이다. 11만개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문재인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도시재생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1014억원에 불과했다.

이 예산도 낙후한 지역의 공공주차장 조성, 커뮤니티 공간 마련을 통한 지역 밀착형 일자리 창출과 시범사업·사업계획 수립 등 연구용역에 쓰기로 했다.

당장 도시재생사업에 나서야 하는데 추경으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국토교통부로선 난감한 상황이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6일 “올해는 도시재생사업 확장을 위한 사전 준비의 해라 적극적인 사업보다는 연구용역 등 준비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 대규모 자금은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적극적인 사업을 수행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국토부가 책정한 도시재생예산은 1450억원이다. 도시재생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서울시와 나머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모두 합하면 8750억원이다. 여기에 추경을 더하더라도 1조원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총 50조원, 매년 10조원을 도시재생사업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중 국비로는 매년 2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8조원을 주택도시기금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업비에서 충당한다고 해도 많이 모자란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탓에 올해 사업은 고스란히 다음 해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 전쟁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국토부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미 국토부는 지난달 기재부에 내년도 사업계획서와 예산요구안을 제출한 상태다.

관건은 기재부를 설득하는 것이다. 그동안 기재부는 도시재생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가 완성된 도시재생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국회 도시재생·전략 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도시재생 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부처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뛰어난 협상력으로 지역구 관련 사업 예산을 받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도 국정감사에서 민자사업으로 운영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이 남부구간보다 최대 6배 비싼 이유를 밝혀 고액 통행료를 인하한 바 있다.

다행인 점은 기재부가 도시재생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추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도시재생에서 앞으로 일자리 창출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시재생사업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기회 삼아 예산과 사업을 조정할 수 있는 별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예산과 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의 도시재생사업본부나 도시재생사업(가칭) 등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