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영화표는 ‘죄’가 없다… 대법, 멀티플렉스 손 들어줘

입력 2017-06-07 05:02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홍보를 위해 공짜 영화표를 배포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료 입장객 감소로 손해를 본 영화제작사들이 소송을 낸 지 6년 만의 결론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영화 ‘달콤한 인생’을 제작한 ㈜영화사봄 등 23개 영화제작사들이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무료입장권을 남발해 손해를 입었다”며 CGV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운영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국내 영화 수익 분배는 극장이 벌어들인 영화의 총 입장수입을 극장과 배급사가 일정 비율로 나눠 갖고, 이후 배급사가 나눠 받은 수익에서 배급수수료를 뺀 나머지 수익을 제작사가 갖는 식으로 이뤄진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관람객 수에 따라 제작사의 수익 규모가 결정되는 구조다. 여기에 무료입장권은 입장수입에서 제외된다.

영화제작사들은 “극장이 돌린 무료입장권 수량만큼 입장수입에 손해를 입었다”며 2011년 2월 소송을 냈다. 전체 영화상영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멀티플렉스 측이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불이익을 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는 주장이었다.

영화관 측은 극장이 무료입장권 발급으로 홍보효과가 증대돼 결과적으로 유료관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맞섰다. 또 제작업자나 배급사도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부당하게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제작사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멀티플렉스 운영사들에 총 27억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영화제작사는 배급사가 CGV 등으로부터 지급받는 수익 중 일부를 받는 지위에 있을 뿐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거래상대방’으로 볼 수 없다”며 “불공정거래행위 성립 전제가 되는 거래 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만큼 배상 책임도 없다”고 판단했다. 영화제작사들은 이에 불복,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