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급하다” vs “요건 안된다”… 추경 가시밭길

입력 2017-06-07 05:02

문재인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이 요건 논쟁에 휩싸였다. 여권은 6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야권이 추경의 법적 요건까지 집중 문제삼으며 반발해 험로가 예상된다. 이번 추경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인 ‘일자리 대책’ 상징성도 더해져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7일 추경안이 국회에 함께 제출돼 사실상 추경 청문회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재정법상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 발생 및 증가’ 등 3가지 요건으로 제한돼 있다. 문재인정부가 밝힌 추경 요건은 이 중 두 번째 사안인 ‘대량실업’이다.

김 후보자도 6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제출한 인사청문 답변서를 통해 “청년실업률 증가 추세, 체감경기 등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대량실업이나 경기침체 등의 우려가 있다”며 “일자리 문제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고려하면 즉각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대중정부 이후 편성된 18차례 추경에서 대량실업이 사유였던 사례는 3차례다. 실업이나 일자리가 직접 언급된 건 1999년 IMF 외환위기로 인한 실업대책(8000억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대책(17조9000억원) 두 차례다. 지난해 추경에서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지원(11조원) 목적에 일자리 예산이 일부 포함됐다. 3건 모두 구조조정 등 대량해고로 ‘실직(失職)’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에는 11.2%로 역대 최고치인 청년실업률이 근거다. 다만 대량실업의 ‘트리거(방아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난에 가까운 실업 상태”라고 표현했지만, 야권은 “실업률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추경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국가재정안의 원칙이 없고,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야권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입장 변화도 문제삼고 있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추경을 편성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은 1.1%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으며 1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당정회의에서 “추경은 타이밍이기 때문에 실현가능한 것을 꼼꼼하게 마련했다”며 지지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번 추경은 주무부처인 기재부 장관마저 오락가락할 정도로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 온 국민의당도 이번 추경을 ‘문 대통령 취임 기념 추경이자 낙하산 추경’으로 규정하고 보수 야당과 함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20석에 불과한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당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추경은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 정부조직법, 공직자비리수사처설치법 등 야권과 이견이 있는 민감한 사안이 함께 논의돼 현안별 타협점을 찾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