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걸려도 ‘5대 원칙’ 지킨다… 靑, 내각 인선 배수진

입력 2017-06-07 05:00
청와대가 내각 인선에 배수진을 쳤다. 청와대는 야심차게 발표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탈세 논란으로 부실 검증 비판을 받았다. 이후 청와대가 인선 기준을 낮추고 정무적으로 위기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5대 원칙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원칙과 현실 타협론은 후퇴 불가 기류로 돌아섰다. 청와대는 5대 원칙에 맞는, 개혁 성향의, 유능한 인재를 인선할 때까지 검증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6일 “언제까지 장관 후보자 인선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도 없다. (인선이) 완료되는 대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가 필요한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해 문재인정부의 부처는 모두 18곳이다. 이 가운데 김부겸(행정자치부) 김현미(국토교통부) 김영춘(해양수산부) 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 더불어민주당 의원 후보자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경화 후보자까지 6명만 지명된 상태다.

아직 12명의 장관 후보가 비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경화·김상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반면교사가 됐다. 두 사람의 경우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선이 결정됐다. 충분한 서류검토 없이 자술(自述)에 의지한 측면이 컸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청와대는 이들의 의혹이 낙마할 만큼 크지는 않다고 판단했지만 사전에 거르지 못한 점에 대해선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 나머지 내각 후보자에 대한 정밀 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정밀 검증은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밝혔던 위장전입 시기 기준을 비롯해 논문 표절, 탈세,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등 5대 원칙 적용 기준 강화를 의미한다. 위장전입의 경우 2005년 7월 이후 실시했더라도 투기 목적 및 부당한 사익 추구 여부를 직접 소명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논문 표절 역시 많은 장관 후보군이 탈락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유력했던 A교수는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져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도 재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의 사전 인사검증 항목이 크게 늘어 검증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내각 30% 여성 발탁’ 약속도 실현하기 위해 청와대 인사·민정수석실은 매일 철야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에선 ‘인물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여권은 이를 일축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핵심 의원은 “우리가 지난 9년간 정권을 못 잡았기 때문에 인재는 넘쳐난다”며 “다만 문 대통령이 ‘측근 배제’ 원칙을 강조하다보니 적소(適所)를 찾느라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초반 인사 문제에 너무 자신했던 것 아니냐는 자성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대규모 인재 영입에 성공한 나머지 인사 검증에 지나치게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강준구 최승욱 김판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