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세종은 뛰는데… 얼어붙은 지방 아파트값
입력 2017-06-07 05:02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치솟고 있는 서울과 부산, 세종 등을 제외한 지방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미분양 공포가 현실화되는 추세다. 부동산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문재인정부가 획일적인 규제뿐 아니라 지방 주택시장 활성화 방안을 포함한 지역별 맞춤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경남지역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30일에 비해 0.76%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북(-0.68%) 충북(-0.55%) 충남(-0.4%) 울산(-0.09%) 지역 아파트값도 각각 떨어졌다. 서울(2.04%)이나 부산(1.66%) 세종(1.35%) 등 인기 지역 아파트값이 뛴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충북 충주에서 분양한 ‘충주 호암 힐데스하임’은 1순위 청약접수 결과 867가구 모집에 254명만 청약하면서 0.29대 1로 미달됐다. 지난 4월 지방 미분양 주택은 4만3144가구로 2012년 12월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부동산 과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널뛰는 집값 덕에 대출도 증가세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마이너스대출 잔액(잠정치)은 39조8000여억원을 기록했다. 전월(39조2435억원) 대비 5600억원가량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을 통한 대출은 신용대출이기 때문에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많이 쓴다.
지난달 큰 폭으로 마이너스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서울 집값이 오르며 거래도 따라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5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전월 대비 1조3000억원가량 늘며 올해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저금리 시대 부동산이 안전한 투자처로 떠올랐지만 서울 등 일부 지역에 대출금이 쏠리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지방 주택시장 침체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물량 과다가 주원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방의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14년 21만840가구, 2015년 24만6767가구, 2016년 22만7785가구 등으로 3년 연속 20만 가구 이상이 공급됐다.
국토부가 집계한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 39만1000가구 중 올 하반기에만 59%에 달하는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미분양에 입주물량 과다가 겹치면 입주자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커진다. 매매가는 물론 전세가도 더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등 인기 지역 규제보다도 이런 지방의 주택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등 일부 집값 오르는 지역만 관심을 받고 있지만 중요한 건 지방도 고려하는 넓은 시각”이라며 “정부가 인허가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열 지역 집값은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변화”라며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지역별 맞춤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글=박세환 홍석호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