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주 연속 세계랭킹 1위(리디아 고)도 없고 지난해 다승왕(아리야 주타누간)도 없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자 목록에 최근 2년간 여자골프계를 주도한 두 선수의 이름이 6일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다. 절대강자가 주춤한 가운데 LPGA 투어 리더보드 최상단에는 매 대회마다 다른 선수들이 자리잡았다.
올 시즌 13차례 대회에서 우승자가 13명. LPGA 투어에 이토록 오랜 기간 다승자가 배출되지 않기로는 26년 만에 처음이다. 바야흐로 LPGA에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1월 시즌 첫 대회 ‘퓨어 실크 바하마 클래식’ 이후 지난 4일(현지시간)까지 진행된 LPGA 투어는 총 13개 대회. 그런데 우승자 면면이 모두 다르다.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이 첫 우승의 스타트를 끊은 뒤 약 5개월 동안 다승자가 없었다. 1991년 16번째 대회에서 처음으로 다승자가 나온 이래 올해가 LPGA 투어에서 다승왕 배출이 가장 늦다.
국적으로 보면 한국에서 7명의 우승자를 배출해 가장 많고 미국이 3명으로 뒤를 잇고 있으나 특정인 한 명의 선두질주 현상은 나오지 않았다.
우선 절대강자의 부재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LPGA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한 리디아 고와 주타누간이 아직 우승이 없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하반기 휴식기 이후 클럽, 코치 등을 모조리 바꾸는 모험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주타누간은 뛰어난 실력은 변함없지만 막판 집중력에 문제를 보이며 화룡점정에 실패하고 있다. 이들 최강자들이 부진한 사이 2, 3인자들의 공세가 거셌던 것이다.
‘건강하면 최강’이라는 박인비가 다소 주춤한 것도 LPGA를 혼돈에 빠뜨린 원인 중 하나다. 손가락 부상 회복 후 올 시즌부터 본격 투어를 재개한 박인비는 리디아 고의 부진을 틈타 다승왕 1순위 후보였으나 막판 휘몰아치는 능력이 다소 약해지면서 1개 대회(HSBC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에 그치고 있다.
특별히 치고 나가는 선수가 없자 상금랭킹에서도 우승을 거두지 못한 선수들이 톱10에 3명이나 포진했다. 준우승만 3차례를 거둔 주타누간이 69만9279달러(약 7억8300만원)를 벌어들여 상금랭킹 3위이며 ‘덤보’ 전인지도 52만47달러(약 5억8200만원)를 받아 5위에 자리잡았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 박성현은 45만473달러(약 5억400만원)로 9위다.
춘추전국시대가 의외로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무관의 강자가 많아졌다. 리디아 고와 주타누간은 천부적 재능을 고려하면 남은 22개 대회에서 언제든지 우승컵을 들어올릴 역량이 있다. 지난해보다 부쩍 힘을 내고 있는 미국 선수들 중 스테이시 루이스, 폴라 크리머 등도 우승에 목이 마른 상태다. 한국 선수 중에서도 전인지와 박성현, 교생실습을 마치고 LPGA 투어에 복귀하는 김효주 등 우승후보군이 많다.
오는 8일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의 휘슬베어 골프장에서 열리는 시즌 14번째 대회인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첫 다승자가 나올지, 새로운 우승자가 등장해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13개 우승컵 주인 13명… ‘춘추전국’ LPGA
입력 2017-06-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