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의 대부’ 윤호진 대표, 고희 축하연서 “영원히 쉴 때까지 기운차게 달려갈 것”

입력 2017-06-06 20:28
윤호진 에이콤 대표가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린 고희 축하연 ‘고고 80’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슬퍼하지 마세요. 영원히 쉴 때가 오니까요.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에 나오는 이 마지막 대사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쉴 때까지) 기운차게 달려가겠습니다.”

‘한국 뮤지컬의 대부’ 윤호진 에이콤 대표가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린 고희 축하연 ‘고고 80’에서 소감을 밝혔다. 공연제작사 에이콤 직원들이 윤 대표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에서 그는 “작품을 만드는 즐거움 때문에 70세라는 물리적인 시간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골골 80’이 아니라 ‘고고 80’으로 열심히 공연하겠다”고 덧붙였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그의 표정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눈물이 묻어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한국 창작뮤지컬의 발전은 훨씬 더뎠을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극단 실험극장의 간판 연출가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1982년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연수 프로그램으로 영국 런던에 갔다가 뮤지컬에 눈을 떴다. 그는 “뮤지컬은 완전히 신세계였다. 이거라면 손 벌리지 않고 자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미국 뉴욕대에서 뮤지컬을 공부하고 돌아온 그는 93년 공연제작사 에이콤을 세웠다. 이후 창작뮤지컬을 꾸준히 제작했고 ‘명성황후’와 ‘영웅’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그동안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적도 많았다. 하지만 ‘여기가 바닥인데 더 이상은 안 내려가겠지’라는 각오로 빚지고 갚고 또 빚지고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의 칠순 잔치에는 공연계의 내로라하는 연출가 작가 배우 200여명이 참여했다. 절친한 사이인 극단 미추 손진책 대표는 “대책 없이 간덩이만 부은 윤호진의 극단적인 낙관주의가 창작뮤지컬의 발전을 이끌었다. 앞으로도 돈키호테처럼 돌진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