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애국에는 보수·진보 없다는 文 대통령의 추념사

입력 2017-06-06 17:25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한 추념사의 핵심은 ‘애국’이다. 문 대통령은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한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또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이 탄핵 파면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후 진보진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집권한 문 대통령의 이러한 애국관(觀)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자랑스럽다고 평가한 문 대통령은 이념과 계층,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호를 지켜낸 ‘독립운동가들의 애국’과 전선을 따라 늘어선 수백 개의 고지마다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고자 피 흘렸던 ‘국군의 애국’을 소개했다. 이어 베트남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 경제가 살아났다고 했으며, 파독광부와 파독간호사, 청계천변 여성노동자들이 대한민국을 있게 한 애국자라고 적시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겪는 가난과 서러움,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이 입은 상처와 후유장애에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태극기의 의미를 곳곳에서 강조한 대통령의 추도사는 더 이상 분열과 반목하지 말고 애국심으로 뭉쳐 국내외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였다.

대통령의 호소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역대 대통령들은 통합을 외치면서도 실상은 정반대의 통치를 했다. 진보정권은 산업화 시대의 역사를, 보수정권은 민주화 시대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폄훼하곤 했다. 집권 세력에게는 반대편의 역사도 우리 모두가 안고 가야 할 역사라는 인식이 부족했다. 정권이 바뀌면 상대를 깎아내리고 못살게 굴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의 애국관이 임기 5년간 줄곧 지켜지고 국정운영의 근간이 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통령부터 반대편을 적폐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애국자로 여긴다면 청와대, 여당과 그 지지자들이 그리 할 것이다. 그러면 보수진영 역시 새 정권이 안보와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가 애국자였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측은 이 인식을 행동으로 적극 옮겨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가 바뀌고 한 단계 성숙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