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청년실업에 대처하는 자세

입력 2017-06-06 17:45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청년실업률(15∼29세)은 11.2%로 동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0.0%로 지난해 4분기보다 0.1% 포인트 증가했다.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지난해 4분기 대비 청년층 실업률이 높아진 곳은 한국, 오스트리아, 라트비아, 칠레 등이고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나머지 주요 국가에서 청년층 실업률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개선되고 있다.

어느 국가든지 청년실업률은 다른 연령대 실업률보다 높기 마련이다. 문제는 지속성과 그 증가 속도인데 2011년 20대 실업률이 7.4%에서 꾸준히 증가하더니 지난해 9.8%를 기록하고 올 1분기 10.8%로 증가한 것은 청년실업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통계연구센터에 따르면 2010∼2016년 4년제 대학 입학자는 평균 36만명으로 향후 4∼5년간 연간 30만명이 넘는 청년 구직자가 취업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의 5년이 청년실업이 최고조가 되는 시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관련 현황을 수시로 챙기고 청년고용의무 할당률 인상, 9개월 동안 30만원씩 청년구직촉진수당 등 공약 이행을 통해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하려는 취지는 고무적이다. 특히 18∼34세 취업준비생에게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청년 빈곤문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라는 면에서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다. 추가 예산 편성을 통해 공공부문에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도 일면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부정적 측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정책방향이 반짝 효과는 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오히려 청년실업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좋지 못한 일자리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국 노동시장이 갖는 문제는 임금격차와 경직성이다. 강성노조로 인해 임금은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해결하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내부자들은 고임금에만 관심이 있고 고실업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은 자유롭게 새로 채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노동시장에 첫발을 들여야 하는 많은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공서열에 기반한 임금구조보다는 성과와 능력에 따라 평가되고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임금체계로 개편된다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임금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고는 작금의 이중적 노동시장 상황은 개선되기 어렵다. 청년들이 천신만고 끝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밖에 없다는 좌절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일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 노동계의 기득권에게 고통분담만 요구한다고 청년실업이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출 수 있는 일자리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기업에 투자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 바람직하다.

청년실업 문제는 양적 개선과 질적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기업에 비용지원, 세제혜택, 공공부문에 인위적 일자리 만들기, 청년들에게 몇 푼 나눠주는 일회성 정책으로 청년고용이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주요국의 청년고용정책은 최근 졸업 후에 취업으로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중심이 아니라 졸업·취업 시점에 취업과 관계된 보다 많은 직업훈련 등에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고용 가능성을 갖춘 청년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미래 산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역량을 높이는 정책이 질 좋은 일자리에 청년고용을 유지하는 길이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