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와 서양에서 되풀이해 영화화된 대표적 인물 가운데 아서왕이 있다. 최근에만 해도 영국에서 ‘아서와 멀린(마코 밴 벨, 2015)’이라는 독립영화가 나왔다. 제작비 300만 달러에 촬영기간 24일이라는 초저예산 영화다. 평단으로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전반적으로 ‘싸구려’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서왕 영화’는 거의 영화의 역사와 함께한다. 무성영화 초기인 1904년에 원탁의 기사 중 한 명인 파르지팔(퍼시벌) 이야기가 영화화됐다. 1882년에 발표된 리하르트 바그너의 동명 오페라가 원작이었다. 이후 할리우드 황금기인 1950년대 아서왕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원탁의 기사(리처드 소프, 1953)’, ‘흑기사(테이 가넷, 1954)’, ‘프린스 밸리언트(헨리 해서웨이, 1954)’ 등. ‘할리우드 키드’들에게는 추억어린 영화들이다.
또 뮤지컬도 있다. ‘카멜롯(조슈아 로건, 1967)’. 리처드 해리스가 아서왕, 그리고 놀랍게도 스파게티 웨스턴의 스타 프랑코 네로가 랜슬롯을 맡았다. 1981년에는 아서왕 영화의 결정판 가운데 하나랄 수 있는 존 부어맨 감독의 명작 ‘엑스칼리버’가 개봉됐다. 현존하는 아서왕 이야기의 실질적인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토머스 맬로리의 15세기 로망스 작품 ‘아서왕의 죽음’을 충실하게 옮긴 이 영화는 다수의 아일랜드 출신 스타들을 발굴해내는 공도 세웠다. 헬렌 미렌, 리암 니슨, 가브리엘 번, 패트릭 스튜어트 등.
아서왕 이야기는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계속 영화화됐다. 마법사 멀린과 마법을 배제한 ‘첫 번째 기사(제리 주커, 1995)’부터 아서를 로마 귀족으로 설정한 ‘킹 아서(앙트완 후쿠아, 2004)’를 거쳐 마법사 멀린 대신 그의 조수라는 여인이 나와 멀린 역할을 하는가 하면 아서의 멘토 겸 원탁의 기사로 중국계 배우(톰 우)를 기용하는 등 대단히 ‘진보적’인 최신작 ‘아서왕: 검의 전설(가이 리치, 2017)’까지. 앞으로 또 어떤 아서왕 영화가 나올지 궁금하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25> 아서왕 영화
입력 2017-06-06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