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나는 국어국문학부 신입생이었는데 오리엔테이션을 독어독문학부에서 받았다. 학교 측의 착오가 아니고 단지 내 실수였다. 수강신청에 대한 안내가 있었고, 과목 이름이 어색할 법도 했는데 나는 그 단계에서 별 의심을 하지 못했다. 출석체크가 시작된 후에야, 내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졌을 뿐이다. 입학 시스템의 오류로 내가 누락되었거나, 불합격자가 합격자 명단에 섞여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이다. 출석부에는 내 이름이 없었고, 나와 함께 움직인 신입생 하나도 같은 처지였다. 우리는 그때서야 상황 파악을 하고 황급히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한 시간 전쯤 국어국문학부 깃발을 들고 있던 선배가 독어독문학부 깃발을 든 선배와 건물 앞에서 잠깐 마주쳤는데, 깃발 뒤의 두 줄이 교차하던 순간 바보 두 명이 엉뚱한 줄에 섞여버린 거였다.
21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내가 배정받은 학교는 여고였는데, 오리엔테이션 때 교문을 통과하니 죄다 남학생들이라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같은 중학교 출신 세 명과 함께였는데, 네 명 모두 우리가 남고로 잘못 들어왔을 가능성보다는 이 학교가 올해부터 남녀공학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해 얘기했다. 바지와 치마라는 차이가 있을 뿐 두 학교의 교복 패턴도 같아서 더 그럴 듯했다. 물론 황급히 교문을 빠져나왔고, 10m 떨어진 진짜 우리의 교문을 찾아냈지만 말이다.
지금도 종종 나는 잘못된 입구로 들어가고 뒤늦게 착오를 깨닫는다. 인천공항행 버스에 올라탔는데 도착하니 김포공항이라거나, 6호 라인 집을 두고 4호 라인 같은 층으로 간다거나…. 웬만하면 최단 경로가 정답이 되는 세상이므로, 의도하지 않은 우회 경로는 이런 실수 속에서나 가능한 걸지도 모른다. 잘못 왔다는 걸 깨달으면 다시 돌아가야 하고,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목적지까지의 시간도 그렇지만, 기억의 유효기간을 따져봤을 때도 그렇다. 허둥대며 돌아갔던 그 길이 더 오래 이야기되는 것이다. 그 착오를 공유한 동행이 있다면 더더욱.
글=윤고은(소설가), 삽화=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쓸모 있는 길
입력 2017-06-06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