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층 객실에서 발견된 유골은 이영숙(사진)씨로 5일 최종 확인됐다. 의복을 착용한 상태여서 이씨 유골은 흩어지지 않은 채 비교적 온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세월호 참사 1146일 만으로 유골이 수습되지 않은 미수습자는 5명 남았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이하 수습본부)는 지난달 22일 세월호 3층 좌현 선미 객실구역(3-18구역)에서 수습된 유골은 이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이씨는 의복과 구명조끼, 신발 등을 착용한 채였고, 이 때문에 대부분 유골은 흩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입고 있던 의복에서 나온 지갑에는 이씨의 신분증이 들어 있었다. 수습본부는 유골을 이씨의 것으로 추정했다.
수습본부는 발견된 유골 중 넙다리뼈 1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에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하고 수습된 치아와 치열에 대한 법치의학 감정을 실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분석을 의뢰한 유골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당초 예상보다 빠른 약 열흘 만에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한 이씨는 생계를 위해 외아들을 어릴 적부터 시댁에 맡겨야만 했다. 아들은 사춘기 시절 떨어져 사는 것이 싫어 이씨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아들에게 “2015년에는 같이 살자”고 약속했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씨는 아들이 살고 싶어 했던 제주도에 집을 구했다. 2014년 4월 16일, 이씨는 아들과 함께 살 제주도 집에 이삿짐을 옮겨두기 위해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참사를 당했다.
아들이 다시 이씨를 ‘엄마’라고 부른 것은 세월호 참사가 나기 불과 몇 년 전부터였다고 한다. 부산에서 일하던 아들은 제주도에 파견을 갈 예정이었다. 아들은 세월호 인양작업이 진행될 때 “엄마, 춥지 않으세요? 아들은 떨고 있어요. 돌아와요 제발”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었다.
이씨의 신원이 최종 확인되면서 미수습자 중 유골이 수습되지 않은 사람은 5명이 됐다. 본부는 지금까지 단원고 교사 고창석씨, 단원고 학생 조은화양과 허다윤양 유해를 발견해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고 교사의 유해는 지난달 5일 세월호 침몰 지점에서, 나머지 유해는 선체 내부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아직 유골이 수습되지 않은 미수습자는 단원고 학생 남현철군, 박영인군과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일반인 권재근씨와 혁규군 부자다. 이 중 권씨 부자 역시 이씨처럼 제주도 새 집으로 이사하러 가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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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층 객실서 발견 유골, 이영숙씨 확인
입력 2017-06-05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