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국정 안정·연속성에 초점… 野도 공감한 최소화

입력 2017-06-06 05:00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국정운영의 안정과 연속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탄핵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정권교체의 충격을 완화하고,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해 야당을 자극할 수 있는 변화도 최소화했다. 긴박한 대외 환경과 내년 개헌도 감안됐다. 야권도 국회와의 소통이 약했던 점 등을 지적했지만 대체적으로 개편 규모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5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이번 조직 개편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국민 안전과 자연생태계 보전, 사회 변화에 따른 기관 위상 조정에 초점을 두고 추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산업통상자원부에 통상 기능을 존속시킨 점이다.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은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등 많은 통상 현안을 코앞에 두고 산업부의 통상 기능이 이전될 경우 현안 대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통상 기능이 존치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도 감안됐다.

김 정책위의장은 “급변하는 통상 환경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무역과 통상 업무를 전담하는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키로 했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대외적 명칭은 통상장관으로 부르도록 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도 “조기 국정 안정성을 위한 틀이 중요하다는 목표가 있었다”며 “중소벤처기업부에 산업부의 몇 기능을 이관하는 만큼 통상 기능마저 이관하게 되면 산업부 자체에 남아있는 (기능이) 왜소해진다”고 말했다.

당정청은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해양경찰청과 소방청의 독립, 대통령 경호실(장관급)의 경호처(차관급) 격하 등 문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공약은 이번 조직 개편에 반영했다. 고용노동부의 기능 확대는 없었지만 대신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일자리 늘리기 의지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의 수량, 수질, 재해예방 등 수자원 정책과 각종 감독 기능을 환경부로 옮긴 것 역시 물 관리를 일원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담겼다. 국토부는 도시재생과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의 국정과제 담당을 강화한다.

이번 개편은 기존 조직의 틀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야당 반발로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가 지연돼 국정이 상당기간 마비됐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다.

야당도 일단 협조 의지를 나타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은 기자들과 만나 “내년 지방선거 전에 개헌이 되면 정부조직법이 또 바뀌어야 한다”며 “최소한의 범위로 (정부조직 개편을)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물 관리를 일원화하는 데에는 크게 우려를 표명했고,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야당과 사전 상의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개편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야당과 사전협의 한 번 없는 일방적 발표라는 점에서 박근혜정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며 “협치는 사라지고 야당은 무조건 따라오라는 오만함만 남은 것인지 개탄스럽다”고 논평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지만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