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가 들리나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기지개를 펴는 햇님을 보고
기쁘게 울며 나르는 한 마리 새처럼
떨리는 가슴, 안아주고 싶은 사랑을
선물처럼 가득 담아
그들의 인생 속으로 찾아갑니다.
하늘과 가까이 있으나
메마른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하여
사랑의 눈물을 흘리고
거절감과 두려움과 좌절로
거칠어진 손 위에
보혈로 쓰여진
은혜의 초대장을 드려봅니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함께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 속에서
춤추시는 하나님을 보고
마음 담아 드리는
작은 선물
응답의 구름이 되어
메마른 그들의 영혼을 은혜로 적셔줍니다.
잃어버린 양을 찾는
목자가 되어
골짜기에 빠진 영혼
복음의 지팡이로 건져 올리고
모두가 손을 맞잡고
은혜의 보좌로 함께 나아가니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합니다.
그 소리가 들리나요?
아침이 밝아오는 소리가
그 소리가 들리나요?
예수를 마주보는
몽골의 웃음소리가…
경기도 고양시 임마누엘교회 전담양 담임 목사는 지난달 23∼24일 월드비전의 몽골 아르항가이 사업장을 돌아본 뒤 ‘그 소리가 들리나요?’란 시를 썼다(왼쪽). 그의 감상노트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광야를 걷는 자에게 가장 기쁜 소식은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고, 겨울 추위에 떠는 입술을 위로하는 건 따뜻한 차 한 모금입니다. 한 인생을 향한 가장 귀한 소식은 무엇일까요. 한 사람의 인생은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이야기, 즉 하나님의 꿈이 실제가 되는 은혜의 무대와 같습니다. 아르항가이에서 그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아르항가이는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미니버스로 11시간을 북서쪽 방향으로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산 아래 드넓은 초원과 숲, 작은 강이 흐르고 있어 ‘몽골의 스위스’라고도 불린다. 전 목사를 비롯한 임마누엘교회 소속 이희동 서재종 목사는 아르항가이 지역개발사업장을 모니터링하며 월드비전 후원을 통해 마을은 얼마나 발전했고, 결연아동은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점검했다.
‘밀알’ 하나가 만든 기적
결연아동 빌군(14)군을 만나러 가는 길은 고됐다. 빌군군은 아르항가이 도심에서 동서쪽으로 45㎞ 떨어진 투브쉬루렉 숨(구)에 살고 있었다. 미니버스로 길이 아닌 초원을 달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언덕을 몇 개나 올랐는지 모른다. 해발고도 1800m를 찍었다.
감색 교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빌군군이 일행을 맞았다. 그는 33㎡ (10평)가 채 안 되는 집에서 부모, 누나, 세 명의 동생과 살고 있었다. 일곱 식구가 살기엔 비좁은 공간이지만 여느 집들과 달리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어머니 볼로트셋세그(37)씨는 “빌군이 2006년 월드비전 결연아동으로 등록되면서부터 우리 가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었다. 어머니는 “고정적으로 수입이 있는 게 아니다보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며 “특히 일거리가 없는 겨울엔 먹고 살기조차 버거웠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빌군군을 비롯한 자녀들이 학교와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월드비전에서 실시하는 비즈공예 직업교육을 받은 뒤 소득에 큰 보탬이 됐다. 올 초부턴 지역 보건소에서 청소일도 하고 있다.
어머니는 “월드비전의 활동에 참여하면서 특히 이웃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내가 도움을 받았으니 나 또한 누군가를 도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월드비전 자원봉사자로 지역사회에서 결연아동 모니터링 및 모자보건영양사업에서 의료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전 목사는 빌군군과 어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함께 기도했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3일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이 하나님이시고, 우리의 주인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가정과 어머니를 돌보고 계십니다. 이 가정이 수고한대로 예수님께서 복을 주실 것입니다.” 가족들이 “아멘”으로 화답했다. 전 목사는 “우리의 작은 정성으로 한 가정이 변화되고, 나아가 지역을 변화시킬 준비를 하는 빌군군 가정이야말로 기적이요, 은혜의 현장이 아닌가”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밀알을 심다
빌군군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살유치원이 있었다. 월드비전의 협력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일으킨 대표적인 곳이다. 나와사롬(39) 원장은 “추운 겨울 아이들이 화장실 가는 게 가장 골칫거리였는데 지금은 쉽게 용변을 보고 바로 앞에서 따뜻한 물로 손을 닦는 등 철저하게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예전 화장실은 건물 뒤쪽에 20여m 떨어진 곳에 어른 키만큼 구덩이를 파 사방을 나무로 막은 게 전부였다.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는 한겨울에 과연 아이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용변을 봤을지 의심스러웠다. 월드비전은 지역사회, 기업체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9월 10개의 수세식 변기와 세면대를 설치했다.
월드비전 아르항가이 볼로마(49) 매니저는 “실내에 화장실이 있다는 건 이 지역에서도 큰 자랑거리”라며 “아직도 화장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어린이시설이 이 지역에만 네 곳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현지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전 목사는 “1000만원을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 땅에 예수님의 씨앗을 심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종결심사 앞둔 아르항가이 사업장
결연아동 2000여명… 주민 4만6000여명 소득증대 혜택
월드비전은 2005년부터 몽골 아르항가이 11개 마을에서 교육·보건의료·소득증대·역량강화 등의 지역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4만6000여명의 주민들이 소득증대 혜택을 받고 있다. 월드비전 결연아동은 2000여명에 이른다.
볼로마 매니저는 “전체 인구 중 34%에 해당하는 3만6000여명의 주민이 빈곤층일 정도로 열악하지만 지역사회 주민들의 신체적, 정신적, 영적인 변화를 목표로 통합적인 개발사업을 실시해 자급자족, 일자리 창출 같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어머니들의 인식개선이다. 월드비전은 지역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어머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전담양 목사 일행이 방문하던 날 산살유치원에선 유목민 가정의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위생 및 직업 교육을 하고 있었다.
나와사롬 원장은 “이동식 게르에서 생활하는 유목민 가정의 아동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며 “정기적으로 어머니를 초청해 학용품을 지원하면서 교육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더니 먼 거리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르항가이 사업장은 종결심사를 앞두고 있다. 지원한지 15년 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월드비전은 장기개발사업의 결실을 통합적으로 검토한 뒤 자립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지역공동체위원회에 사업을 일임하고 현장을 떠난다. 각각 18년간 활동해온 방글라데시 썬더번 사업장과 베트남 호야방 사업장이 ‘밀알의 기적’을 이루고 종결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유신 월드비전 경기북부지역본부장은 “매월 3만원의 정기후원으로 한 어린이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지역을 바꾸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에 크리스천들이 앞장서달라”고 했다.
아르항가이(몽골)=글·사진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밀알의 기적] 결연아동이 미래 주인공으로… 은혜를 보았습니다
입력 2017-06-0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