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5일 사드(THAAD) 배치 과정에서 국방부가 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회피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사드 배치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장 1년 이상 늘어나는데,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서두르기 위해 이를 회피했다는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공여된 부지에 사드를 배치하면서 환경영향평가법상 전략 환경영향평가 내지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회피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같은 보고를 받고 사드 배치가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국방부는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경위로 이루어졌으며 누가 지시했는지 추가로 경위를 파악하라”고 했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 했다는 근거도 설명했다. 윤 수석은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25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전체 공여 부지 70만㎡ 가운데 1단계 공여 부지 면적은 32만8779㎡로 제한하고, 2단계로 37만㎡를 공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 확인됐다”며 “1단계 부지를 33만㎡ 미만으로 지정함으로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도록 계획한 것”이라고 했다. 시설의 사업 면적이 33만㎡ 이상일 경우 일반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며 이 경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33만㎡ 미만이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6개월이면 평가가 끝난다. 윤 수석은 이어 “1단계 부지인 32만8779㎡의 모양을 보면 거꾸로 된 U자형”이라며 “가운데 부지를 제외하기 위해 (1단계 부지를) 기형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 사태를 통해 얻은 것은 시간이다.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될 경우 사드 배치가 마무리될 때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연내 사드 배치를 완료한다는 한·미 국방 당국의 당초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환경영향평가에 관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더 높이라는 지침이기 때문에 그런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시간을 벌었다”며 “청와대는 이를 미국과의 협상에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청와대는 일단 1차적 책임을 위승호(사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에게만 묻는 방식으로 이 사태를 조기 수습했다. 보고 누락 조사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소지를 차단하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장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고의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추가 조사 주체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아닌 국방부를 선택했다. 추가 조사가 시작될 시점은 신임 국방부 장관 임명 이후가 될 전망이다. 다만 야당을 중심으로 “한 장관 등이 고의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조차 않고 문 대통령이 관련 문제 제기를 너무 성급하게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방부가 2단계에 걸쳐 70만㎡를 공여키로 한 것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의도적으로 부지 면적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게다가 부지 축소 발표는 위승호 정책실장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추사 조사로 드러날 책임론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동성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theMoon@kmib.co.kr
靑 “국방부, 환경영향평가 회피 정황 확인”
입력 2017-06-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