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AI ‘고병원성’ 최종 확인… 위기 경보 ‘심각’ 격상

입력 2017-06-05 18:22 수정 2017-06-05 21:21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한 농가에서 닭이 살처분되고 있다. 울산시는 이날 전통시장과 농가를 대상으로 한 AI 간이검사 결과 2곳에서 양성 반응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울산에서는 이날 하루 모두 3곳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뉴시스

제주도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고병원성’으로 최종 확인됐다. 정부는 AI 위기경보 단계를 가장 높은 ‘심각’으로 격상시켰다. 정부는 최소 6개 시·도에서 AI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최초 의심신고를 한 제주시 애월읍의 토종닭 7마리 규모 농가를 정밀 검사한 결과, H5N8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고 5일 밝혔다. H5N8형은 지난겨울에 창궐했던 AI 바이러스다. 가금류 3000만 마리를 살처분했었다.

문제는 AI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농식품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AI 발원지로 추정되는 전북 군산의 종계(오골계) 농가와 역학 관계가 확인된 지역에서 AI 바이러스가 추가로 검출될 가능성을 종합해 보면 최소 6개 시·도에서 AI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위험 지역은 제주·경기·충남·전북·경남·부산이다. 특히 군산의 종계 농가에서 경남 진주, 충남 서천, 전북 군산·전주 등 4곳으로 가금류 590여 마리를 추가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아직까지 문제가 되는 오골계의 소재를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군산의 농가는 1t 트럭에 오골계를 싣고 전국 시장을 돌며 판매해 왔다. 전국에서 이 농가로 오골계 등을 사러 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구체적인 기록도 없다. 구매해 간 소비자들이 2차 유통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오골계는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전문 사육농가나 식당, 자가 소비로 팔려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확인된 오골계 유통분을 통한 AI 확산 우려에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초비상이다. 농식품부는 당장 7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할 계획이다. 가금류 농가 및 차량을 일제히 소독하기 위한 조치다.

같은 날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전국 가금류 농가를 대상으로 일제 소독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방역상 필요하다면 도축장과 사료공장 등 축산 관련 시설의 잠정적인 폐쇄 조치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에 등록된 도축장 및 사료공장은 모두 347곳에 달한다.

사상 처음으로 사육농가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제주에선 원희룡 도지사 주재로 긴급 방역 대책회의를 여는 한편 후속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살처분이 이뤄진 14개 농장의 차단방역을 강화하는 한편 AI 방역 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AI 발생 의심 농가에서 인접 지역으로의 전파가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군산 종계 농장에서 오골계를 도입한 부산 기장군 농가로부터 3㎞ 이내에 포함된 울산시와 울주군도 관내 전통시장에서 유통된 닭이 AI 양성으로 확인됨에 따라 인접 농가의 가금류 4500여 마리를 긴급 살처분하기도 했다. 전남도와 경북도 등 다른 지자체도 일선 시·군과 관계기관에 AI 상황을 긴급히 전파하는 한편 차단방역 강화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이번 AI 바이러스가 확인된 제주, 군산, 경기 파주, 경남 양산, 기장의 18개 농가 3만1913마리(5일 0시 기준)를 살처분했다고 발표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제주=주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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