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LTV 원샷 규제보다 지역·계층별 맞춤 해법을”
입력 2017-06-06 05:00
정부는 그동안 가계부채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부동산 대책을 만지작거렸다. 지난해 8·25대책은 최초로 가계부채 대책에 주택공급 관리 방안을 포함시켰지만 가계빚은 계속 늘기만 했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자 새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과 함께 부동산 규제를 손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택공급 관리에서 주거비용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구소득은 정체돼 있는데 주거비 부담만 증가했고 이것이 고스란히 가계부채로 이어졌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도시연구소 관계자는 5일 “주거비 부담 경감과 급격한 월세 전환 속도조절에 초점을 맞춘 정책방향 설정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는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과 그로 인한 비용 부담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8·25대책도 가계소득 증대, 주택시장 관리, 부채 관리 등 종합적 관리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유엔 해비타트 민간위원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의 4년 임기 동안 임차가구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RIR)은 급격히 상승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박근혜정부가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관리는 ‘0’점이었다”며 “문재인정부는 지역별, 계층별 맞춤 전략을 세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했다. 이로 인해 ‘차라리 빚내서 집 사겠다’는 사람이 늘었고 가계부채는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월세 상한제를 제안한다. 전월세 가격이 가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른 상황에서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전월세 상한제를 약속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차인을 위한 제도를 보장하되 임대인의 수익도 보장하는 방식의 합리적 균형점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일몰 예정인 LTV·DTI도 거론되고 있다. 2014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LTV·DTI 규제를 두고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있는 것’이라며 완화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 일몰 시점마다 두 차례 연장됐고 오는 7월 다시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일단 완화됐던 LTV·DTI는 종전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평소 부동산 규제를 외치던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LTV·DTI 규제를 푼 것이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LTV·DTI 규제 강화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권 교수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중산층 이상이고 융자를 안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며 “서민들만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LTV·DTI 적용 방식은 획일적이고 일률적인데 차등 적용해야 한다”며 “신혼부부 등 목돈이 없는 가구는 여유 있게 설계를 하고 투기 목적은 타이트하게 하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서윤경기자, 박세환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