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5일 사드(THAAD)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절차는 계속 진행하면서도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신경을 썼다.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 문제는 국방부 실무 책임자를 문책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정부는 사드 관련 조사는 전적으로 ‘국내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고, 미국 정부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조치를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낸 상태다.
양국의 이런 입장 표명은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현안이 쌓여 있는데 사드 배치 논란만 지나치게 부각되면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 논란과 관계없이 한·미동맹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외교부 한 간부는 “정상회담 전에 가급적 빨리 사드 배치 논란을 매듭짓는 것이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미 간 사드 갈등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책임자인 제임스 시링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이 청와대를 찾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것 역시 사드 문제가 양국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면담에서 “사드 배치 재검토 과정은 국익과 안보에 대한 최우선적 고려 하에 한·미동맹 정신에 입각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시링 국장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과 딕 더빈 미 민주당 상원의원 면담(지난달 31일), 정 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회동(지난 1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회담(지난 3일)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가운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동아시아재단·우드로윌슨센터 5차 한·미대화 참석차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 내 두터운 인맥을 가진 문 특보가 미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을 만나 정상회담 현안을 조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미 간 사드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다. 사드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 평가가 시작되면 내년 6월 이후에야 평가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주민 공청회까지 실시할 경우 가동 시기는 더 늦어지게 된다. 미국은 사드 완전 가동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설득 작업이 과제로 남아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드 ‘국내 절차’ 확대 속 韓·美 갈등은 진정 국면
입력 2017-06-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