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1호다. 새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핵심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소득의 원천은 일자리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야당 반발에도 사상 첫 일자리 추경을 예상보다 1조원 증액해 강력히 추진하는 이유다. 그러나 공공일자리 확대에 따른 중장기적 재정 부담과 지방으로 내려가는 3조5000억원이 멀쩡한 아스팔트를 깨고 다시 까는 데 쓰이지 않고 오롯이 일자리 관련 사업에 투입되도록 유도하는 것은 정부의 숙제다.
일자리 추경, ‘큰 정부’ 출발점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1%로 5분기 만에 0%대를 벗어났다. 수출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경기침체에 따른 추경 편성 요건으로 보면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은 다소 생뚱맞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겉보기 등급과 달리 저소득층 소득 감소, 고용 양극화, 최악의 청년실업 등 체감경기는 바닥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최근 3개월간 24% 내외나 된다. 전체 실업률의 2.5배 규모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등 일자리 양극화도 심각하다. 기획재정부 구윤철 예산총괄심의관은 5일 “일자리가 좋은 데는 굉장히 좋은데 그보다 나쁜 일자리가 더 많다”면서 “이 현상을 내버려두면 수출이나 내수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간에 일자리 창출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경 재원은 공공일자리로 집중됐다. 기재부 박춘섭 예산실장은 “외환위기 시절 실업대책이 포함된 추경은 있었지만 일자리 창출만을 위해 추경이 편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공일자리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경을 시작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재정지출은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의 자율적 조절 기능을 불신하는 현 경제팀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세제 개편안, 내년도 예산 편성 등에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추경은 그 첫 시작인 셈이다.
‘꼬리표’ 없는 3.5조, 제대로 쓰일까
박근혜정부 시절 담뱃세 인상 등 영향으로 새 정부는 풍족한 곳간을 갖고 있다. 이번 추경 재원 11조2000억원의 80%가량인 8조8000억원은 올해 예상되는 세수 초과분이다. 이는 나랏빚을 새로 내지 않고도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장점이 되지만 추경의 전권을 중앙정부가 쥘 수 없는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국세의 40%가량은 지방교육교부금 등 명목으로 지방정부에 의무적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번에도 예상 세수초과분 8조8000억원의 40%인 3조5000억원은 지방정부로 이양된다. 정부는 지방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써 달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명목으로 내려간 예산이 엉뚱한 지자체 사업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방으로 내려간 추경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추적하기도 어렵다. 기재부 관계자는 “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간 예산은 꼬리표가 없이 기존 예산계정에 합쳐진다”면서 “지난해 추경 때 지방으로 내려간 3조8000억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지금도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도 좋지만 경직성 인건비가 향후 국가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에 따른 내년 인건비는 이번 추경에 포함돼 있지 않다.
국회 통과 쉽지 않을 듯
여소야대 국면에서 일자리 추경을 찬성하는 야당은 단 한 곳도 없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정책위원회 명의 자료에서 “이번 추경은 국가재정법이 정한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도 “증가된 세수에 맞춰 공무원을 추가로 뽑는 주먹구구식 일자리 정책으로는 청년 실업이나 저소득층 지원 어느 것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경안 국회 통과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국민의당은 유보적이다. 김유정 대변인은 “소득격차 해소와 취약층 일자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청와대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일방적으로 추경을 강행할 경우 소통과 협치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정현수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사상 첫 일자리 추경’ 청년실업 특단 조치… 국회통과 최대 관건
입력 2017-06-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