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예멘, 리비아 등 중동 6개국과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중동의 맹주 사우디는 5일(현지시간) 국영통신을 통해 “단교는 테러와 극단주의로부터 왕국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단교의 도화선이 된 사건은 카타르 국영통신 QNA의 보도다. 지난달 24일 QNA의 보도에는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밈 카타르 국왕이 미국과 사우디의 이란 적대정책을 비판하고 일부 국가에서 테러단체로 규정한 무슬림형제단과 하마스를 포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카타르는 해킹으로 인한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지만 7개국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7개국은 단교 이유로 국가 안보를 내세웠지만 그동안 이란과 테러단체에 유화적 태도를 보였던 카타르에 쌓인 감정이 QNA 사건으로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우디가 카타르를 고리로 앙숙인 이란과 패권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타르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미 연방수사국(FBI)에 사건을 객관적으로 수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오해를 풀려고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사우디는 예멘 접경 지역의 카타르군을 국외로 추방했다. 바레인과 UAE는 카타르 외교관에게 48시간 내 출국하라고 명령했다. UAE 국영항공사 에티하드항공은 6일부터 카타르를 왕복하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집트도 카타르를 오가는 모든 항공기와 선박 운항을 중단했다.
카타르는 큰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CNBC방송에 따르면 중동연구소 찰스 리스터 선임연구원은 “카타르가 사우디에 식량 공급을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큰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싱가포르국립대 피터 슬러그릿 중동연구소장은 “카타르를 무릎 꿇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이슬람 7개국, 카타르와 단교… ‘이란과 패권경쟁’ 사우디 주도
입력 2017-06-05 18:18 수정 2017-06-06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