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의 비서실’ 부활… 왕비서관 논란 피해갈까

입력 2017-06-06 05:00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대통령 사과 검토 등을 지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국정상황실은 통상 ‘대통령 비서실의 비서실’로 불린다. 정치권 인사들이 많은 청와대 비서실 내부에서 각 부처 파견 인사들이 사회 현안과 정책 방향 결정에 보좌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통령 측근들이 국정상황실장을 맡을 때에는 역할이 달라졌다. 대통령의 복심인 이들은 행정부처의 정보를 바탕으로 현안 조율은 물론 인사권과 정무적 판단 등까지 관여하는 경우가 있었다. ‘왕비서관’으로 소문이 나니 각종 로비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국내정보담당관(IO)을 폐지키로 한 국가정보원도 국정상황실에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왕비서관’의 대표로 꼽히는 사람은 노무현정부 이광재 국정상황실장과 이명박정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다. 국정상황실은 통상적으로 정책 기능과 사건·사고 등 상황대응 기능으로 구분된다. 이명박정부는 상황 기능을 떼고 대신 감찰업무 등을 더 보강해 기획조정비서관을 만들었다. 이 실장과 박 비서관은 인사와 정무 등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각각 박연차 게이트와 파이시티 수사로 사법처리된 공통점이 있다.

윤건영(사진) 국정상황실장 역시 이들에 버금가는 대통령의 복심이다. 또 공기업 인사 등을 앞두고 정계와 관가에는 윤 실장을 비롯한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를 둘러싼 여러 소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체제가 과거와 다른 점도 있다. 윤 실장이 과거 국정상황실의 오명을 잘 알고 있다는 점, 문재인정부 청와대 내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5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내부 장악력이 매우 뛰어나다. 또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제 기능을 하고 있어 국정상황실은 사실상 외사 사건과 경찰 사건 대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 청와대 정책실도 부활해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정부 국정상황실 출신 인사는 “윤 실장은 지난 10년간 실패를 통해 배운 사람”이라며 “큰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정상황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 보고 시스템이 잘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중정부 국정상황실장 출신 인사는 “부처에서 파견 나온 인사들이 주요 보고를 누락하거나 부처 입장을 관철하려 하기 시작하면서 나중엔 대통령 보고라인이 비서실장과 국정상황실장으로 이원화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인다. IO제도 폐지 후 국내 상황에 어떻게 관여할지가 핵심이다. 여권 관계자는 “일단 국정원이 국내 정보 파트를 어떻게 개편할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우선 타 기관 첩보를 종합 분석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대북정보 등 국내 정책결정 과정에 필요한 정보들도 공유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대중정부 말부터 지금까지 국정원 직원은 국정상황실에 파견을 나왔다”고 말했다.

글=강준구 김판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