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김기정 안보실2차장 사의… 靑 서두른 인선 부작용?

입력 2017-06-05 18:11

문재인정부에서 외교통일, 정보융합, 사이버안보 등 외교 현안 전반을 다루는 김기정(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안현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내정자에 이어 참모진이 잇따라 의혹 및 검증에 휘말려 낙마하면서 청와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김 차장이 업무과중으로 인한 급격한 건강 악화와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 차장의 연세대 교수 재직 당시 부적절한 품행이 문제가 됐다는 시각이 많다. 김 차장 내정 사실이 알려진 뒤 학교 관계자들과 일부 여성단체 등이 김 차장의 교수 시절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 등을 청와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차장이 인선 과정에서 이를 강력히 부인했고, 명확한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달 24일 김 차장을 안보실 2차장에 임명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사드(THAAD) 문제 등 당면 현안 대응을 위한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 인선이 시급했던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청와대가 임명 이후에도 제보를 바탕으로 추가 검증을 계속하자 김 차장은 부담을 느껴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제보 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일어날 파장 등을 고려해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검증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곧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실상 외교안보수석 역할을 하는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사표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형식은 사의 표명이지만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차장은 이날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임명 10여일밖에 되지 않은 김 차장이 사의를 표하자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안현호 일자리수석 내정자의 중도 하차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수석급 인사가 사퇴한 탓이다. 청와대 일각에선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인선이 계속 차질을 빚자 개혁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초반부터 국정 운영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인선을 하자니 검증 논란이 두렵고, 안 하자니 일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