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찬성”… 보조금 분리공시 수면위로

입력 2017-06-06 05:00
2014년 10월 도입하려다 무산된 ‘분리공시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과 맞물려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동통신사들은 분리공시에 찬성하지만 제조사는 업체별로 찬반이 갈린다. 결국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분리공시제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각각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소비자마다 휴대전화를 사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지금은 두 지원금이 포함된 금액이 하나로 표시돼 있다. 삼성전자는 마케팅비 일부인 지원금 규모가 공개되면 글로벌 경쟁력에 악영향을 준다며 분리공시에 부정적이다. 국내에서 제조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이 해외에 공개됐을 때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별로 다른 마케팅 정책은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데 이를 공개하는 건 무리라는 논리다.

반면 LG전자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분리공시제 찬성 의견을 전달했다. 나아가 유통망에 주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도 이통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나눠 공시하자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일부 유통망에 뿌려지는 과도한 리베이트가 줄어들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5일 “소비자마다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가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자는 것”이라며 “판매장려금도 명확하게 공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방통위에 전달했고 추후 상황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유통망에 지급하는 리베이트까지 분리공시를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계에서도 각 유통망에 지급하는 리베이트가 얼마인지 공개하는 곳은 없다”며 “중간 유통점이 크게 반발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된다. 일부에서는 제조사가 주는 지원금이 공개되면 휴대전화 출고가가 급격히 오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리베이트 금액이 포함된 출고가에서 거품을 뺄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S8 시리즈는 지난해 S7보다 평균 출고가가 11% 올랐고 LG V20은 V10보다 13% 높다. 이전 모델보다 기능이 추가되고 성능이 나아졌다 해도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분리공시가 도입되더라도 출고가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해외 제조사는 국내 이통사에 지원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기도 하는데 국내 제조사만 괜한 가격 인하 요구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