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 2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소비자금융의 사업 모델 변화가 마치 한국에서의 철수인 양 일부에서 왜곡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점포 통폐합 방침을 밝힌 뒤 나온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설’을 직접 진화하고 나선 것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3월 전국 영업점 126개 가운데 101개 점포를 올해 안에 폐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사 갈등에도 사측은 이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점포를 축소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이 온라인과 모바일에 힘을 싣고 오프라인 점포는 줄이겠다는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이 통합하며 생긴 중복점포를 줄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시중은행이 영업점포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점포 통폐합만이 답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포(지점·출장소 포함)는 2015년 말 6096개였으나 지난해 말 5920개로 줄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우리나라 은행은 서로 인수·합병하며 성장해 왔다. 중복점포 축소는 당연하다”며 “은행마다 적정 수준만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 축소가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 되고 있는 것은 고객 이용양상 변화와 연관이 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인터넷뱅킹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9412만건이다. 지난해 4분기보다 5.9%나 증가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는 경우도 하루 5738만건에 달한다. 영업 시작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지난달 31일 기준 수신액 4300억원, 여신액 4000억원과 고객 수 30만명을 넘겼다. 씨티은행도 “모든 금융거래를 분석한 결과 95% 이상이 영업점 외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지점 통폐합 근거를 설명했다.
하지만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씨티은행 점포 통폐합에 대한 입장을 기자들이 묻자 “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과의 접점 대면 기회가 많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선택과 집중’보다는 대면을 통한 기회 활용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유통업계와 연계 전략을 펴다 리테일 부문 점유율을 잃은 미국 씨티은행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존 리드를 언급했다. 우회적으로 반대의견을 낸 것이다. 하 회장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씨티은행장을 맡았다.
1000개 넘는 영업점포를 운영 중인 KB국민은행의 윤종규 행장도 본보에 “점포 수는 고객의 필요와 수요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등) 기술변화 때문에 점포 수를 조정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규모 지점 구조조정은 계획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은행 점포의 미래 모델로 여러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복합점포를 제시했다. KB금융은 지난 1일 서초PB센터와 동울산지점을 동시에 열었다. 기존에 31개였던 복합점포는 33개로 늘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점포 수 줄일까, 늘릴까… 은행의 딜레마
입력 2017-06-0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