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한 사도행전 1장 9절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올려져 가시니 구름에 싸여 보이지 않게 됐다는 예수 승천 사건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어서 11절에는 하늘로 올라가신 예수께서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라는 흰옷 입은 사람들의 설명이 나온다. 이 본문을 문자 그대로 형상화해 이해하면 어떻게 될까.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강원용 목사님(1917∼2006), 자신을 ‘빈들에서 외치는 소리’(사 40:3∼8)라고 정의하셨던 그분,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한국 개신교의 토양에서 항상 개혁적인 소리를 외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강 목사님께 들었던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사도행전 본문을 어떠한 상황 설명 없이 문자 그대로 이해해야만 된다고 배웠던 목사님은 그래서 날씨가 꾸물꾸물 거리고, 특히 구름이 많이 낀 날이면 늘 뒷동산에 올라가 하늘만 쳐다봤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구름에 휩싸여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시리라 했으니, 그런 날이면 예수가 오실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 생각하셨다는 것이다.
예수가 그날이라도 당장 오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밭 매던 것도 다 팽개치고 언덕에 뛰어올라 하늘만 쳐다보면서 지내셨다는 것이다.
예수의 승천기사가 담긴 사도행전 1장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흰옷 입은 사람들은 예수가 사라져간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제자들에게 어찌하여 하늘만 쳐다보냐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하늘만 바라보고 멍하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시적 존재였던 예수는 물리적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지만 영의 형태로 동행하신다.
이러한 새로운 언약을 받은 우리에게 예수는 또한 책임과 사명을 위임해 주셨다. 이것이 바로 사도행전의 서막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믿음의 지체들은 오늘도 이 사도행전을 써 내려가는 주역들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새로운 언약의 일꾼이 되는 자격을 주신 하나님은 이 언약을 문자로 맺으신 것이 아니라 영으로 맺어 주셨다. 문자는 사람을 죽이지만 영은 사람을 살리신다고 했다(고후 3:6). 이것은 기록문자의 가치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지향하지 않는 문자주의를 경계하는 내용이다. 새로운 언약이란 하나님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입으신 사건이다. 그 언약의 말씀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떨치고 자유함 가운데 생명을 선택하라는 위로와 권면의 복된 소식이다.
강원용 목사님은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한국교회가 지니고 있는 문자주의의 위험성을 간파하시고 이를 극복하도록 끊임없이 외치셨다. 문자주의를 통한 인간의 차별을 없애도록 힘쓰셨고, 모든 인간을 “이 쓸데없는 자”라고 비하하지 않고 서로 귀히 여기도록 하셨다. 나아가 이것이 인간에 대한 무한한 낙관주의나 이웃하는 피조물을 상대화시키는 인간중심주의로 빠지지 않게 경계하시며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생명 중심으로 나아가도록 그 지평을 넓히셨다.
성서를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생겨난 문제들은 우리 교회와 사회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만연해 있다. “땅을 정복하라” “다스리라” “여성은 잠잠하라” 등의 말씀은 역사·문화·사회적 배경 설명 없이 문자주의적이며 이념적으로 이해되고 반복됐다. 이로써 사람은 자연 위에, 또한 사람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현상이 여러 형태로 등장했다.
그리고 기독교는 복음의 근원적인 자유와 해방의 소식을 가리우고 오히려 각종 차별을 합리화하는 이념적 배경을 제공하게 됐던 것이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의 상황은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의 빛’(사 40:8)에서 늘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
좌우의 이념대립을 넘어 사회통합을 위한 대화, 교회의 연합과 일치, 이웃 종교 간의 대화와 협력, 성 평등, 한국사회의 민주화, 교회 예전의 개혁과 기독교 문화의 토착화, 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 등 강 목사님이 남긴 예언자적 유산은 아주 포괄적이고 다양하다. 앞으로 그분의 신학과 삶에 대한 의미 있고 균형 잡힌 연구가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 빈들에서 외쳤던 그분의 소리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고 교회와 사회의 개혁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야 할 오늘날에도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미현(연세대 교수)
[시온의 소리] 빈들에서 외치는 소리
입력 2017-06-0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