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이후 9년여 만에 문재인정부에서 부활한 청와대 국정상황실이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각 부처 파견자 등 25명의 매머드 팀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인 윤건영 상황실장 체제에서 국정상황실이 국정 운영의 ‘경고등’ 역할에 충실할지 ‘방향지시등’ 역할로 나아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5일 복수의 청와대 및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 청와대 국정상황실 인력은 20명 안팎으로 구성됐던 김대중·노무현정부 당시에 비해 다소 커진 25명 규모로 구성됐다. 폐지된 치안비서관실 인원들이 추가됐고, 각 부처의 상황 파악을 위해 인원도 늘었다.
청와대는 각 부처에 2배수 추천을 요청해 현재 파견자들을 선별심사하고 있다. 전임 정부에서 파견 나왔던 직원들도 순차적으로 교체 중이다. 국정상황실 부활을 일찌감치 결정한 청와대는 이정도 총무비서관 임명 직후 국정상황실 규모를 확정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별정직 감소, 일반직 증대 원칙 아래 25명 규모로 일찌감치 결정하고 선별 작업을 해 왔다”고 말했다.
국정상황실은 원칙적으로 사건·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을 결정하고, 행정 운용의 흐름을 파악해 국정 운영에 조언을 하는 게 최우선 업무다. 다만 국가안보실 산하 안보라인을 제외한 전 부처의 공무원이 파견 나오다보니 설치 목적과는 다른 힘이 생기기도 한다. 관가에 흐르는 방대한 정보가 고스란히 입수되는 탓에 민정·정무수석실을 넘어서는 ‘왕비서실’ 역할까지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반대로 각 부처가 민감한 정보를 숨기거나 부처 민원의 창구로 활용하는 분위기도 있다. 따라서 국정상황실장의 성향, 대통령의 신뢰 정도에 따라 업무 범위가 천차만별이다. 전 정부 국정상황실장 출신 정치인은 “과거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이나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은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인사에도 개입한 적이 있다”며 “이 경우 다른 수석실과 마찰이 생겨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국정과제를 추구하려는 별정직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부처 입장을 대변하려는 ‘늘공’(늘 공무원) 사이 갈등도 적지 않다. 따라서 윤 실장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국정상황실의 미래가 결정될 전망이다.
윤 실장은 ‘3철’(이호철 양정철 전해철)과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비서동인 여민관 집무실로 내려와 근무하는 만큼 심리적 거리는 물론 물리적 거리도 가깝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의 과오를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문 대통령의 복심인 윤 실장은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국정상황실 근무자는 “국정상황실은 시스템보다 실장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업무 영역이 달라진다고 보는 게 정설”이라며 “업무 목표를 국정 경고등에 두느냐, 방향지시등에 두느냐에 따라 업무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단독] 9년만에 부활한 靑 국정상황실… 25명 매머드팀 구성
입력 2017-06-05 18:02 수정 2017-06-05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