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대출 방치해선 소득주도 성장 어렵다

입력 2017-06-05 18:25 수정 2017-06-05 21:52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찮다. 한때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은 3월을 기점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에 있고 특히 5월 증가액은 무려 6조원으로 전월 증가액 4조60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5일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긴장의 끈을 더욱 조일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더욱이 새 정부 출범 직후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가계대출 증가의 주된 이유가 아파트 집단대출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일련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일부 지역의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27대 1에 달하는 등 아파도 청약 시장도 이상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 등 몇몇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경기 회복세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은 부동자금을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게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초기 과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청와대 역시 “충분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집 값 역시 상승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0.43%로 32주 만에 최고점을 경신했다. 마땅히 갈 곳 없는 돈이 아파트 등에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다 종국에는 버블붕괴 현상으로 나타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한계가정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이처럼 부동산과 연계된 가계대출은 더 위험하며 이래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소득 증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또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70%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이런 상태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이뤄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돈 벌어 빚 갚기 힘든데 어떻게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하겠는가. 더욱이 가계부채 증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금리 상승과 맞물리면 서민과 취약계층의 부담은 커진다.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배경에는 이대로 방치했다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가시적 효과에 급급해 조급하게 대응하면 가계부채도 잡지 못하고 개선 조짐을 보이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물론 모럴해저드를 초래하는 정치적 접근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