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고 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처음으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의 고위 당·정·청 회의는 더할 나위 없이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9년 만의 정권교체를 자축했으며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당과 청와대, 정부가 책임감을 느끼고 힘을 모아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여기까지였으면 별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낙연 총리가 촛불 발언을 또 내놨다. 그는 “촛불혁명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꿈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달 31일 취임식에서 “문재인정부 공직자들은 촛불혁명의 명령을 받드는 국정과제의 도구들”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말도 오해 소지가 있다. 추 대표는 “지금 시점은 협치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정체성과 지향을 분명히 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완성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여권 수뇌부가 지금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을 하는 게 적절한지, 국정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내각을 책임진 총리가 연거푸 촛불을 떠받들자는 취지의 말을 하고 여당 대표는 지지층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집권 초 지지율이 80%대를 넘나들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다수였다. 특히 1여(與) 4야(野)의 국회 상황을 고려한다면 더 이해하기 어렵다. 솔직히 야당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법안 1개를 처리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기도 버겁다.
그런데도 자꾸 촛불을 들먹이니 지난해 촛불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들로부터 천안함 사건 재검증을 비롯해 전교조 합법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면 요구 등의 온갖 청구서가 새 정부에 날아드는 것 아닌가. 여권 인사들은 이제 정권교체의 흥분을 뒤로하고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대한민국이 처한 국내외 위기를 이겨내려면 국민을 통합하고 정치권이 협치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집권에 성공했으니 야당과 반대편을 먼저 배려하겠다는 마음자세로 국정에 임하길 바란다.
[사설] 총리가 촛불혁명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
입력 2017-06-05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