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표] 미세먼지 문제 해결하려면

입력 2017-06-05 17:53

온 국민이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불안해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최우선순위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고 정부와 국민이 같이 노력하면 비록 힘들어도 맑은 하늘을 보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왜 불안해하는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여러 연구 결과와 정부 자료에 의하면 서울에서의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농도 모두 1990년대부터 줄고 있고 가시거리도 1990년대부터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전국적으로도 2000년대 초반부터 미세먼지 농도는 줄고 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미세먼지 문제가 최근에 더 심해졌다고 생각하고 또 불안해할까.

지난 3년간 ‘초미세먼지 피해 저감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및 정책’을 연구하면서 몇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민의 안전하고 쾌적한 삶에 대한 의식 수준과 기대 수준이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현재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20년 전의 우리나라가 아니라 서울보다 공기 질이 좋은 현재의 다른 나라 대도시와 비교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이전보다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유해한 수준이다.

또 하나는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수준 차이가 줄었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환경 문제에 대한 논란에서 전문가들이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전문가가 전하고 싶은 정보를 전달하고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어 신뢰도가 많이 저하됐다.

또 예전 같으면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고 그대로 받아들였겠지만 이제는 국민들이 정보를 찾고 신뢰성을 검증하는 능력이 커져서 전문가들이 여론 형성이나 정책 논의 과정에서 비전문가들에게 오히려 논리적으로 밀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비전문가인 국민들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예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발표한 예보도 보고, 중국의 미세먼지 실시간 농도를 검색해 우리나라에 언제쯤 그 영향이 닥칠까 예상해 일정을 짜기도 한다.

이렇게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정확하고 솔직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합리적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면 대부분의 국민은 지금 당장 힘들거나 개인의 이익과 편의를 상당히 희생하더라도 기꺼이 그 정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대기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활동을 바꾸게 유도하는 것이어서 개인의 편리함을 일정 부분 줄이는 방향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그 정책이 효과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면 기꺼이 정책에 동참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토론회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세우는데 국민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의 경우 현재 시행 중인 정책에 더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자동차 운행 대수를 줄이는 등의 교통수요 관리가 그 대표적인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이는 시민들의 동의와 참여가 필수적인 정책이며,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미세먼지 농도 저감뿐만 아니라 다른 환경 현안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김용표(이화여대 교수·화학신소재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