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겨울철새, AI는 놓고 갔다

입력 2017-06-05 05:04
제주도 가축위생방역 지역본부 관계자가 4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전자가 확인된 제주시 애월읍 한 닭 사육농가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북 군산의 닭 사육농가에서 유통시킨 오골계가 원인으로 보이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여름철을 앞두고 제주와 경기, 경남, 부산 등으로 확산돼 비상이 걸렸다. AI는 지난해 11월 이후 전국에서 창궐한 후 지난 4월 4일 논산에서의 의심신고를 끝으로 두 달 가까이 잠잠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북 군산과 경기 파주, 경남 양산, 제주도, 부산 기장 등 5개 지역 농가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와 해당 농가 등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군산 서수면의 오골계 농장과 이곳에서 사육한 오골계를 1∼2차 유통경로를 통해 입식한 농가들이다.

경기 파주시 법원읍 한 농장에서는 이날 토종닭과 오골계, 칠면조 등 1600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농장은 지난달 23일 군산 농장에서 오골계 500마리를 들여왔고 지난 3일 간이검사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왔다. 고병원성 여부는 6일쯤 판명될 예정이다.

파주지역 AI 발병은 2011년 1월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경기도 방역당국은 파주 발생 농장 주변에 통제소 4곳을 설치하는 한편 해당 농장을 다녀간 사료·축산 차량이 있는 지 조사 중이다.

부산 기장군의 6000여 마리 규모 닭·오리 사육농가에서도 AI 간이 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 농가도 지난달 27일 전북 군산의 종계 농가에서 오골계 650마리를 사 왔고 이 중 일부가 폐사했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 농가는 지난달 27일 재래시장에서 오골계 5마리를 사왔고 이틀 뒤 5마리가, 2일에는 기존에 키우던 토종닭 3마리가 폐사했다. 폐사한 토종닭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H5N8형으로 확인됐고 방역당국은 4일까지 방역대 내 14개 농가의 가금류 1만30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폐사한 오골계는 전북 군산의 같은 농장에서 중간 유통상을 거쳐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도는 AI 진원지로 지목된 군산 오골계 종계농장의 가금류를 조사한 결과, H5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이 농장에서 키우던 오골계와 토종닭, 병아리 등 1만34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특별방역대책 기간’이 지난달 말 끝나자마자 AI가 재발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격상하고 5일부터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에서 닭 등 살아있는 가금류의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

농식품부는 겨울철새가 날아간 시점에 AI가 재발한 이유에 대해 “더운 날씨에서도 활동하는 바이러스 종류이거나, 매개체로 지목된 오골계에 잠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부산=김용권 윤봉학 기자,

신준섭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