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처벌 인식조사] 양형기준과 국민 법 감정 괴리 생겨

입력 2017-06-05 05:01

양형기준은 형사재판 형량(刑量)에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한다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하는 여러 양형기준 가운데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는 건 살인범죄다. 2009년 처음 만들어진 살인죄의 양형기준은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개정됐다.

2009년 살인 양형기준은 범죄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눴다. 범행 동기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극도의 생계 곤란 등)를 제1유형으로, 특히 비난할 사유(재산 탐욕, 무작위 살인 등)를 제3유형으로 정했다. 이에 속하지 않는 건 보통 동기에 의한 살인(제2유형)으로 봤다. 유형마다 기본 형량을 정하고 감경요소와 가중요소를 고려해 형량에 1∼2년의 차이를 뒀다. 미필적 고의, 진지한 반성 등 감경요소가 적용될 경우 최저 양형기준은 3∼5년이었다. 제3유형에서 계획적 범행, 사체 손괴 등 가중요소가 적용될 경우 최고 앙형기준은 징역 12∼15년 또는 무기징역 이상의 형이다.

살인죄를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 때마다 양형기준은 수정, 공개됐다. 범죄 유형은 다섯 개로 늘었다. 최저 형량은 3∼5년으로 같지만, 최대 형량은 징역 25년 또는 무기징역 이상(2011년), 무기징역 이상(2013년)으로 점점 높아졌다.

양형기준과 국민 법 감정 차이는 어떻게 봐야 할까.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법관으로서 다른 사건 양형기준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선고 형량을 무시하고 한 번에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량을 높인다고 반드시 범죄가 감소하는 건 아니다”며 “범죄 예방과 수형자 교화 대책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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