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설립자 박조준 목사)는 1995년 4월 설립 후 ‘개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최우선 목표로 사역해왔다. 스스로 기존의 한국교회 교단 체제에 들어가 연합하는 것을 ‘애굽에서 해방되고도 다시 노예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라 선포했다.
하지만 ‘자율성 보장을 통한 목회 모델 다양화’라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개인주의적이다’ ‘모이지 않는 공동체다’ ‘은둔형 외톨이를 양산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공존하는 것이 WAIC가 당면한 현실이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 수지구 남서울비전교회(최요한 목사)에서 개최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WAIC 포럼’은 WAIC가 함께 모여 협력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동체임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설파된 ‘독립교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발제문들의 요지를 소개한다.
■ 독립교회 정체성과 방향
“연합과 하나됨 원하지만 종교다원주의 수용 못해”
정인찬 총장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독립교회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독립교회의 필요성, 독립교회의 역할과 사명, 독립교회와 연합회가 나아갈 방향 등 3가지 범주 안에서 정체성과 방향을 제시한다.
교회와 교파와 교단도 많은데 독립교회와 연합회가 왜 필요한가를 확고히 하는 일은 존재가치를 분명히 하며 필요성을 재평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역할과 사명을 명확히 해야 내적으로 건강하게 독립교회와 연합회가 결속력을 가질 수 있고 외적으로 그 필요성을 공유해 비판의 차원을 넘어 공인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독립교회는 분열된 교파와 나눠진 교단에 소속되지 않고 교파를 초월해 연합하고 화합해 나가기를 원하는 교회들이다. 독립교회는 분열되고 갈라놓은 교단보다 교파를 초월한 교회, 곧 하나님이 원하시는 하나 된 독립교회로 존재하기를 원한다. 교파와 교단과 분파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일부 지도자들도 있으나 분열과 갈등과 분단은 하나님이 원하는 레슨이 아니다. 하나님은 늘 연합과 하나 됨을 원하신다. 신학에 있어 종교다원주의는 받을 수 없다. 교단이 연합하는 일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지만 믿는 대상이 같으므로 종교를 연합하자는 신학 논리는 받을 수 없다. 이런 일을 위해 국제 독립교회가 필요하다.
분열된 교회의 연합을 위한 역할, 변질된 신학과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역할, 지도자 빈곤의 한국교회에 차세대를 이끌어갈 미래지도자를 양성하는 역할, 과거 지향적이요 현재에 안주하는 교회들에게 미래 지향적 변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참된 지도자가 빈곤한 상황에서 롤 모델이 되는 목회자의 지도자를 양육하고 배출하는 것이 독립교회의 역할 중 하나가 돼야 한다.
독립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몇 가지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변질된 많은 신학사상 가운데 본질을 정립하는 신학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개 교회가 교단의 교세 불리기와 힘자랑에서 벗어나 오직 세계선교와 남북통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전력을 해야 한다. 셋째, 잘 준비된 교역자를 훈련시켜 목사 안수함으로써 훌륭한 차세대지도자를 배출해야 한다. 넷째, 교파와 교단을 연합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다섯째, 종교개혁만 아니라 교회개혁 지도자개혁 인간개혁 목회자개혁의 새로운 회심이 있어야 한다.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는 공동체가 있고 잘못된 역사를 버리고 좋은 역사를 비판하는 공동체가 있다. 잘못된 역사를 취사선택하는 공동체가 있고 새 역사를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있다. 독립교회와 국제독립교회연합회가 한국교회와 하나님나라 건설을 위해 새 역사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 종교개혁 500주년과 국제독립교회연합회의 진로
“연합된 협의기구 성격 장점… 신학교 운영 반드시 필요”
정일웅 목사 (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한국교회에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란 맥락에서 교회연합운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하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다. NCCK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신학적으로 매우 진보적이어서 한국교회의 다수인 보수교회와 연대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한기총은 최근 거룩성과 신뢰성을 상실한 채 불신 받는 단체로 전락했다.
교회개혁자였던 루터는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원했지 교회의 분리를 원치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존세력의 완강한 거부로 루터의 종교개혁세력은 분리될 수밖에 없었다.
보헤미아의 형제연합교회는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평화화의의 ‘통치자가 선택한 종교를 따라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해산 위기를 맞게 된다. 이때 형제연합교회를 이끌었던 역사적 인물이 바로 코메니우스였다. 그는 스스로 교회의 감독직을 내려놓고 ‘죽어가는 어머니인 형제연합교회의 유산’이란 글을 남겼다. 이 글에서 그는 세 가지 신앙보화를 언급하며 그것을 갖고 어느 교파에 속하든 신앙생활을 계속하기를 희망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진리에 대한 사랑이었고 후스의 정신이었으며 성경을 구원의 진리로 믿는 신앙이었다. 그리스도 사랑의 계명을 순종하고 실천하는 삶이었고 교회연합의 정신이었다. 코메니우스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형제연합교회에 루터교회나 칼뱅파 교회에서 신앙생활하기를 권했던 것이다. 분리와 분열을 거듭해 온 한국교회도 형제연합교회의 연합정신에서 깊은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국제독립교회연합회의 설립목적을 통해 볼 때, 역사적인 신앙의 뿌리는 루터의 종교개혁이다. 연합회에는 목회자 개인의 영성과 신학적 자질을 확인하고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유라는 이름의 방임상태에 대한 대책도 준비돼야 한다. 현재까지는 국제독립교회연합회가 쌓아올린 신뢰성으로 인해 독자적인 신학교의 운영 없이도 여러 신학교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찾아와 목사로 안수 받아 일하는 일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신학 정체성에 대한 질문도 반드시 뒤따르게 될 것이다. 그에 따른 대비도 필수적이다.
연합회가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가면서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교파를 초월해 연합된 협의기구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는 모습은 큰 장점이다. 신학 정체성과 관련해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신학교 운영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연합회를 자체적으로 결속시키는 동시에 개방성을 통해 한국교회 전체와 복음사역의 연합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연합회는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 종교개혁에 비춰 본 한국 독립교회 현상의 의의
“제2 종교개혁 목소리 높고 탈교단 현상 가속될 것”
이문장 목사 (구리 두레교회)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종교개혁은 교회의 타락을 고발하고 갱신을 촉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가톨릭교회와 결별한 새로운 전통의 등장이었다. 그것이 바로 개신교(Protestant Church)였다. 종교개혁은 결국 교회분립 및 교회독립 현상이었다.
오늘날 서구교회는 제2종교개혁을 말하고 있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도 제2종교개혁을 말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교회에 대한 내부의 평가와 외부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제2종교개혁은 ‘항상 개혁’(semper reformanda)이라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살려 교회 내부의 갱신이나 개혁, 정풍과 정화를 이루자는 차원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해법을 요구한다.
종교개혁으로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는 분리됐다. 유대교를 버리고 기독교(Christianity)라는 새로운 전통이 등장한 것과 같다. 개신교회는 가톨릭교회의 타락에 대한 저항, 성경의 권위 회복, 이신득의 및 만인제사장직 등 교리적 신학적 방향전환, 사제주의를 벗어난 평신도 리더십 확보 등의 기둥 위에 세워졌다.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이 시발이었다. 예수님이 ‘강도들의 소굴’이라고 분노하실 정도로 유대교의 타락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예수님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시대정신을 선포하셨고 ‘새로운 가르침’을 전파하셨다. 갈릴리 해변의 어부들을 예수 공동체의 리더십으로 세우시는 파격을 보여주셨다.
제2종교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 한국교회 내부의 독립교회 움직임을 주목하게 된다. 소속 교단에서 탈퇴하는 교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탈교단화 현상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은 탈교단화 현상이 운동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교단의 횡포에 대한 반사적 조치로 개 교회의 생존을 위한 선택에 머물고 있음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타락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이미 대중화돼 있다. 교회 안팎으로 개혁과 갱신, 정풍과 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드높다. 하지만 이제는 제2종교개혁만이 살길이라는 주장도 올라온다. 이러한 시점에 독립교회 현상이 어떤 파괴력을 가지게 될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독립교회들이 개별적인 생존을 넘어 새로운 신학적·교리적 통찰을 제시하고 평신도 리더십을 확대하는 급진적 방향전환을 이루며 파편적인 독립교회 현상을 넘어 독립교회 운동으로 가는 동력을 마련해 오늘 한국교회의 본질 회복을 위한 시대정신이요 시대가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독립교회 현상은 한국교회의 미세분열을 부추기는 촉매 역할이 아닌 한국교회의 미래 대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무정 선선임기자
독립교회, 변질된 신학·교회 본질 회복 앞장선다
입력 2017-06-05 19:56 수정 2017-06-07 17:09